[CEO멋내기Fashion&Beauty]옷 잘입는 남자가 성공한다 (2025)

[CEO멋내기Fashion&Beauty]옷 잘입는 남자가 성공한다

입춘이 지났다. 의욕이 넘치는 시기인 만큼 뭔가를 새로 시작하는 데 더없이 좋은 시즌이다. 무엇보다도 대학졸업을 앞두고 사회진출에 성공한 신입사원들에게는 그 어느 때보다 자신의 열정을 표출하기 좋은 때다. 이뿐 아니라 사내의 주목을 받고 해당 분야에서 인정받는 전문가로 성장하기 위한 노력을 펼쳐야 할 시기이기도 하다.작게는 전화 응대예절, 상사나 직장동료를 대하는 태도에서부터 주어진 임무를 성실히 수행해 나갈 수 있는 추진력 등 기본 예의범절과 실력을 갖춰야 한다. 이와 더불어 단정한 외모와 옷차림 역시 신입사원들이 갖춰야 할 덕목이며 이는 자신의 첫인상을 결정짓는 주요한 항목이다. 이런 이유에서 첫 출근을 앞두고 어떤 복장을 연출해야 할지 여러모로 신경 쓰이고 조심스러운 것은 당연한 일. 너무 튀지 않으면서도 새내기 직장인다운 참신함과 자신만의 개성을 살린 연출을 꿈꾸는 신입사원들에게 현명하고 젠틀한 느낌을 연출할 수 있는 전략적인 성공 옷차림에 관한 모범답안을 제시해 본다.

전문가 및 선배들의 조언에 귀를 기울이자!

최근 취직과 이직을 원하는 구직자들을 대상으로 기업의 성격이나 지원하는 업무분야에 맞는 코디법에 관한 정보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얼굴형, 피부색에 어울리는 컬러 진단에서부터 체형의 단점을 커버해주는 전문가들의 코디법까지 다양하다. 이런 정보들을 꼼꼼하게 훑어보면 본인에게 어울리는 옷차림은 물론 상황별로 연출하기 좋은 전략적 코디법을 숙지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하지만 취직이 된 이후라 하더라도 꾸준히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는 코디법에 관한 온갖 정보에 항상 눈과 귀를 열어두는 것이 좋다. 이뿐 아니라 패션전문가들 및 선배 직장인들의 조언을 적절히 활용하면 산뜻한 옷차림을 연출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패션업계에 종사하는 안재호씨(41·하우코디 쇼핑몰 운영)는 “신입사원다운 단정함과 성실성을 보여주되 젊음의 패기도 함께 연출되는 옷차림을 갖추는 것이 좋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회사 내에서는 TPO(Time, Place, Occasion)에 맞는 옷차림을 선택할 줄 아는 센스를 지녀야 한다”고 지적했다. 직장생활 6년차의 김동수씨(33·국민체육진흥공단)는 “사내에서 특별히 옷차림에 대한 규정을 제시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옷차림은 분명 중요한 평가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며 “신입사원 시절 첫인상이 가장 중요한 만큼 신뢰감을 형성할 수 있는 푸른색 계열의 타이와 셔츠를 활용하면 좋다”고 조언했다.

블랙과 네이비는 단정함을, 그레이는 지적인 느낌을 준다.

유행을 따르는 옷차림보다 단정하되 포인트를 살린 개성 있는 옷차림이 더 후한 점수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 패션전문가와 직장생활 선배들의 조언이다. 검정 혹은 네이비 등의 짙은 컬러 슈트는 무난하고 단정한 이미지를 살릴 수 있으므로 기본으로 한 벌씩은 갖추고 있는 게 좋다. 브라운 정장의 경우 다양한 색상의 셔츠 및 타이와 매치하기 쉬운 장점이 있지만 자칫 나이 들어 보일 수 있다. 지난해 많은 남성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그레이 정장은 지적인 느낌을 연출하기에 그만이다. 톤온톤 느낌의 스트라이프는 산뜻한 느낌을, 솔리드는 신뢰감과 고급스러움을 주는 패턴이다. 그러나 원색의 스트라이프와 광택이 지나친 슈트, 상의와 하의를 다른 컬러로 매치하는 언밸런스룩은 세련돼 보이기는 하지만 자칫 거만한 인상을 줄 수 있으므로 조심하는 것이 좋다.

지나치게 허리라인을 강조한 원 버튼 스타일은 피해야 하며, 허리선이 살짝 들어간 투 버튼이나 무난한 스리 버튼 슈트를 추천할 만하다.

각양각색 컬러와 스타일을 자랑하는 셔츠와 타이의 위력!

단정하고 깔끔한 이미지를 위해 얌전하고 무게감 있는 슈트를 선택했다면 셔츠와 타이로 본인의 개성을 마음껏 연출해 보는 것이 좋다. 셔츠는 산뜻하고 깔끔한 느낌을 전달하는 화이트를 기본으로 블루, 핑크, 브라운 등 컬러별로 한 개 정도씩을 갖추되 과감한 스타일이 돋보이거나 평소 접하기 힘든 색상의 셔츠 하나 정도는 특별한 룩을 연출하기 위한 아이템으로 유용하다.

타이의 경우에는 어떤 옷과도 매치가 쉬운 스트라이프 패턴을 기본으로 하되 퍼플이나 레드 등과 같이 심플하고 강렬한 원색 타이, 잔잔한 무늬가 들어간 올 오버 패턴 등을 고루 갖추고 있으며 여느 패션리더의 옷차림이 부럽지 않을 것이다.

첫인상에서 신뢰감을 주고, 지적인 이미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블루’가 가장 추천할 만하다. 깔끔한 화이트셔츠에 짙은 블루톤의 타이를 코디하거나 셔츠와 타이 모두 블루로 하되 색상의 강약을 조정해 톤온톤으로 연출하면 단정하면서도 세련된 멋을 느낄 수 있다.

브라운은 호감을 주는 색상이다. 옅은 브라운색 셔츠에는 핑크 타이와 같은 브라운 혹은 잔잔한 무늬가 돋보이는 옐로 타이가 잘 어울린다. 부드러운 인상을 남기고 싶다면 분홍색 셔츠와 타이가 적합하고 잔잔한 체크나 줄무늬가 있는 셔츠라면 줄무늬와 동일한 컬러의 타이를 선택한다. 강한 개성을 살리길 원한다면 붉은색 계열의 타이를 추천할 만한데 푸른색 셔츠에 자주색 타이를 매치하는 등 보색의 원리를 응용하면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약점 커버를 위한 똑똑한 코디법

작은 키가 고민된다면 선명하면서 밝은 스트라이프 패턴이나 포인트가 위쪽에 있는 스타일을 착용해 시선을 위쪽으로 쏠리도록 하면 키가 커 보이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반면 너무 큰 키가 오히려 부담스럽다면 올오버나 솔리드 패턴에 회색이나 연블루 등의 차분한 색상을 연출해 안정적인 느낌으로 코디하는 것이 좋다. 또 넥타이를 두껍게 혹은 얇게 매는 방식으로 얼굴 크기나 목의 길이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다.

본인이 갖고 있는 옷들을 지혜롭게 매치함으로써 상황에 어울리는 스타일을 연출하는 것이 무엇보다 가장 중요하다. 다만 필요에 의해 새 옷을 장만해야 하는 시기라면 각 매장의 숍 마스터나 패션전문가의 조언을 다시 한 번 꼼꼼히 살피고 현명한 선택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니나리찌(NINA RICCI) 신사복의 최혜경 선임 디자이너는 “잘 고른 슈트 한 벌은 가장 확실한 투자라 할 만하며, 고르는 데 시간이 많이 소요된 의상은 오랫동안 질리지 않고 무난하게 매치시킬 수 있다. 또 남성정장은 다른 어떤 옷보다 입는 사람의 신분과 성격, 능력을 반영해 주는 대표 아이템이기 때문에 선택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깐깐한 슈트 구입을 당부했다.

소품을 활용한 깔끔한 마무리

패션의 마무리는 소품이다. 남성들의 대표적인 패션 소품이라 함은 단연 가방과 구두가 대표적이다. 남성 가방의 경우, 크게 유행을 타는 아이템이 아닌 관계로 구입시 견고성과 실용성을 우선적으로 체크하는 것이 좋다. 라 바가제리(La Bagagerie)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 최진경 부장은 “노트북을 휴대하는 데 무리가 없는 넉넉한 사이즈를 선택하는 것이 여러모로 효율적이며, 어떤 재질을 사용했는지 또 어떤 가공처리 기법을 사용했는지를 반드시 확인해 오염이 적고, 발수가 강한 제품인지를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전했다. 더불어 “캐주얼한 느낌의 크로스백으로도 연출이 가능한 제품을 선택할 경우 평상복에도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어 실용적이다”고 제품 구입 요령을 귀띔했다.

멋과 청결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구두의 경우에는 최소 2켤레 이상을 준비, 2~3일 간격으로 바꿔 신는 것이 좋다. 한 구두만 너무 오랜 기간 착용할 경우 발냄새가 심하게 날 수 있으며 구두모양이 변형돼 구두의 생명이 짧아진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구두 색상은 블랙과 브라운이 가장 무난하지만 2가지 모두 블랙으로 하되 전혀 다른 스타일의 구두를 선택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글 : 이미경(WORLD COM.)

사진 및 자료제공 : 니나리찌(790-2231) /

라 바가제리(794-3110)

다른 취향 인정해야 비로소 ‘멋쟁이’

지난 1년여 동안 필자가 잔소리를 참 많이도 했다. 이렇게 입어봐라, 당신의 체형을 생각해라. 기타 등등. 좋은 소리도 3번이면 욕같이 들린다는 뭐 그런 옛말도 있는데 학교도 수업에 시험까지 살벌하게 치르고 나면 꿀 같은 방학을 주기 마련이 아닌가.

따라서 이번호에서 필자는 독자 여러분께 방학을 드리고 싶다. 오늘은 잔소리를 조금 참고 여러분의 자유의견을 존중하는 의미로 대신 ‘숙제’를 내드리겠다. 속은 기분이라고? 방학에는 당연히 숙제가 있는 법. 필자가 내드리는 숙제가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다음의 한 구절과 이어지는 이야기를 읽고 맞혀 보시길 바란다.

패션잡지 〈엘르(ELLE)〉에서 본 한 구절이다. 프랑스의 한 문학가는 이성을 유혹할 때 직접 사랑을 고백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했다. 오직 애티튜드(Attitude·태도)나 표정을 통해 그가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하며 만약 그럴 수 없다면 차라리 입을 다물어 버리는 것이 더 큰 유혹의 힘을 발휘한다 말했다고 한다.

그동안 필자는 이번 시즌 패션 트렌드는 무엇이고 ‘부티 나게’ 입으려면 이렇게 입어라, 아이비룩(IVY LOOK)이란 이런 것이다 등 여러분의 세련된 패션라이프를 위해 나름대로 다양한 밥상을 차려드리려 애썼다. 모두들 꼭꼭 씹어 드셨는지, 과하게 차린 밥상에 소화불량에 걸린 것은 아닌지 염려된다.

사실 올해의 패션 트렌드 등은 패션업계 종사자가 아닌 이상, 또는 패션에 유난한 관심이 있지 않는 이상 관심을 갖고 이해하기란 다소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이왕 숟가락 든 거 맛있게 소화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고 싶다.

대중매체는 그 나라 사람들의 현시점에서 가장 평균적인 관점을 보여주는 도구다. 그런 의미에서 평균점을 훑어보는 것은 평균을 앞서나가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럼 지금 대중매체를 통해 가장 사랑받고 있는 남자, 흔히 하는 말로 ‘맨’(Man)은 누가 있을까.

한국영화 점유율이 사상 최고라는 스크린을 먼저 살펴보자. 영화 〈왕의 남자〉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극중 연산의 연정을 한 몸에 받는 광대 공길 역의 이준기라는 배우가 하루가 멀다 하고 연일 뉴스에 오른다. ‘여자보다 아름답다’는 말이 그를 표현하는 주된 수식어다. 아름다운 것까지는 아니지만 언제나 여심의 모성본능을 자극하는 로맨틱한 왕자님 스타일도 있다. 2월 초에 개봉한 영화 〈백만장자의 첫사랑〉 현빈. 겉으로는 터프한 척, 무심한 척하지만 속은 스펀지케이크 같은 남자의 전형이다. 반대로 진짜로 거친 남자들도 있다. 영화 〈야수〉의 권상우. 지난해 말 개봉했던 〈태풍〉의 장동건, 〈왕의 남자〉의 또 다른 광대 장생 역의 감우성이 현재 거친 남자의 대표주자다.

다음은 브라운관을 한번 훑어보자. 소녀들이 전폭적 지지를 보내는 드라마 〈궁〉이 있다. 만화가 원작이며 대한민국이 입헌군주제라는 다소 독특한 설정 아래 황태자비와 황태자의 로맨스가 주된 스토리다. 여기엔 주로 ‘꽃미남’들이 등장한다. 만화가 원작인 드라마답게 만화 속 인물들의 외모를 충실히 재현한다. 사실 남자 입장에서 보면 ‘비호감’이지만 여성들은 역시 열광한다. 배우 이다해가 깜찍한 연기를 펼쳐 굉장한 인기를 끈 〈마이걸〉에는 이동욱, 이준기 두 남자배우가 나왔다. 두 배우 모두 옷을 꽤나 잘 입는 세련된 남자들로 나왔다. 조금의 차이라면 설공찬 역의 이동욱은 매일 회사에 출근하는 기업 후계자답게 단정한 캐주얼 슈트차림을 즐겨 하고 바람둥이 부잣집 아들인 서정우 역의 이준기는 후드티셔츠나 데님팬츠 등 좀더 캐주얼한 모습을 많이 보였다. 이들은 옷도 잘 입지만 생각도 깊고 건강한 마인드를 가진 청년그룹의 대표라 하겠다. 에릭의 출연으로 화제를 모았던 〈늑대〉는 두 남자배우가 주인공인데 바람둥이의 전형 배대철 역의 에릭은 캐릭터답게 매끈하고 패셔너블한 모습이다. 폼생폼사에 안하무인의 한량인 윤성모 역의 엄태웅 역시 역할에 충실하게 세련된 외모를 선보인다.

가수들도 한번 살펴보자. 지금 인기 1위 남자가수는 ‘동방신기’와 ‘SS501’이다. ‘에픽하이’도 인기다. 사실 다른 분야에 비해 가수는 10대 청소년들의 입김이 가장 세다. 그러니 혹여 언급한 이 가수들을 잘 모른다 해도 너무 좌절하지 마시길 바란다. 동방신기와 SS501은 꽃미남 가수들이다. 역시 소녀 취향의 미끈한 외모를 지닌 20대 초반의 청년들로 구성돼 있다. 여기에 비하면 힙합그룹 에픽하이는 다소 독특하다. 3명의 멤버들로 구성된 이 그룹은 그중에서도 타블로라는 똘똘한 이미지를 풍기는 멤버가 특히 인기다. 오락프로에 나와서도 할말은 똑 부러지게 하며 명문 스탠퍼드대학을 나왔다는 꼬리표가 붙어다니는 지적인 가수라는 이미지가 많이 인식돼 있다. 외모도 전형적인 미남에서 한참 벗어나는 개성 있는 마스크를 가졌다. 김종국도 빼놓을 수 없다. 예쁘장한 아이돌그룹 가운데서 근육질의 몸매에 다소 무뚝뚝하기까지 한 이 가수도 여인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더 많은 대중매체들이 있지만 평균적으로 사람들에게 가장 파워 있는 매체들을 훑어봤다. 어떠한가. 미끈한 꽃미남과 꽃미남을 넘어서 여자보다 아름다운 남자와 로맨틱가이, 지적인 힙합가수, 거칠고 남성다운 야수 타입의 남자 등 실로 다양한 타입의 남자들이 사이좋게 공존한다.

사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주로 한 가지 스타일의 남자들이 인기를 끌던 것이 대세였다. 지금도 물론 인기를 끄는 스타일은 편중돼 있는 편이지만 점차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하고 사랑도 받는다. 길을 다니는 남성들의 모습도 많이 변했다. 앞서 언급한 각종 영화, 드라마 속의 다양한 주인공들처럼 각양각색의 패션스타일을 가진 남성들이 많아졌다. 명품족의 상징이었던 서울 청담동에서도 소위 말하는 홍대 스타일의 소탈(?)하고 자유분방한 남자들이 많이 눈에 띄며 반대로 홍대 클럽에 가면 울팬츠와 후드티를 입고 블레이저에 구두를 매치한 단정한(?) 청년들도 심심찮게 보인다. 바람직한 현상이다. 필자는 사람들이 비로소 조금씩 유행이라는 것을 추종하지 않고 개성이라는 것을 이해하며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증거라고 본다.

다양한 현상을 수용할 줄 아는 것은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자기만의 기준을 갖고 있다는 의미에서 바람직하다. 성숙한 마인드를 가졌다는 증거다. 미약하게나마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기 시작한 한국의 현재를 살고 있는 당신의 현재 모습은 어떤지 궁금하다. 이렇게 더욱 다양한 문화가 동거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필요한 것이 있다. 바로 성숙한 애티튜드가 그것. 내 생각과 취향이 다른 것도 인정하고 이해하려고 하는 그런 태도와 다수의 의견이라도 아무 판단 없이 휩쓸리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패션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배가 나온 체형엔 어떤 것을 입고, 좀더 어려 보이려면 이렇게 입는다는 등의 팁은 사실 소소한 부분이다. 가장 큰 전제는 그것을 대하는 사람의 마음가짐이다. 접하는 수많은 정보를 곧이곧대로만 적용한다면 그건 개성 있는 태도라고 보기 힘들다. 서두에 말한 유혹의 기술에서도 단순하고 일차원적 태도는 매력적이지 못하다고 조언한다. 자신만의 상상력을 발휘해 필자의 수많은 잔소리들을 소화해 보시라. 그럼 더욱 맛있는 식사가 될 것이다. 단 너무 단순하고 노골적인 태도는 매력적이지 않다.

이제 필자의 방학숙제가 무엇이었는지 모두 짐작하시리라 믿는다. 정답을 발표하겠다. 조금 돌려 이야기했지만 간단하다. ‘패션을 대하는 당신만의 고유한 애티튜드를 지녀라. 그것이 진정한 세련됨이다.’

황의건·(주)오피스에이치 대표이사 h@office-h.com

1994년 호주 매쿼리대학 졸업. 95~96년 닥터마틴·스톰 마케팅. 2001년 홍보대행사 오피스에이치 설립. 각종 패션지 지큐·앙앙·바자 등에 칼럼 기고. 저서에 샴페인 에세이 〈250,000,000버블 by 샴페인맨〉이 있음

럭셔리 패션 추구하는 당신의 ‘대안’

이 글을 읽는 당신만의 로망은 무엇인가. 그동안 빡빡한 회사생활에 파묻혀 그런 것 따위를 잊고 있었다면 잠시 한 번 생각해 보자.

우리 남자들에게는 사실 많은 판타지가 있다. 여성들은 절대 알지 못할, 혹 알게 된다면 유치하다 코웃음칠 만큼 소박한 로망 같은 것들도 존재한다. 조금씩 시간이 흐르면서 현실과 타협해야 하는 순간들이 빈번히 찾아오고 당신의 판타지는 현실에 묻혀 그 빛이 바래왔을 터이다. 필자 또한 그러했으니까. 하지만 첫사랑에 실패했다 해서 우리가 다시 애인을 사귀지 말란 법은 없다. 오히려 그 다음번 연애에선 다정히 날 위로해주던 여인과 더 만족스러운 사랑을 키워가지 않았던가.

자신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최고의 그 어떤 것을 얻지 못하고 현실을 반영해 현명하게 절충한 ‘세컨드 초이스’(Second Choice)가 결코 스타일 면에서 ‘이류’가 되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상황을 현실적으로 직시할 때 더 훌륭하고 알찬 선택이 인생을 채워줄 수도 있다.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세컨드 초이스의 매력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여기서 필자가 말하는 세컨드는 최고급 브랜드의 ‘스피릿’(Spirit)은 간직하되 사람들이 좀더 가까이 할 수 있도록 콧대를 조금 낮춰 가격이 ‘친절한’(여기서는 저렴하다는 의미) 아이템의 선택을 말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매일 사무실로 출근하는 직업을 가진 보통의 남성이라면 ‘드림 슈트’(Dream Suit)에 대한 로망이 있을 수 있다. 주변의 많은 남자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한 번쯤 입어보고 싶다는 그 슈트는 단연 ‘브리오니’. ‘에르메네질도 제냐’, ‘랄프로렌 퍼플 레이블’이나 ‘조르지오 아르마니’ 등이다. 라인이 유려한 아르마니 슈트, 똑 떨어지는 컷의 정갈한 제냐 슈트, 클래식한 남성미가 돋보이는 랄프로렌, 남성미를 살려주는 시원한 컷의 진수 브리오니 등은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슈트의 지존자리를 지키며 수많은 남성들의 판타지로 군림하고 있다.

그러나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못한 직장 새내기나 5~6년차 직장인들이 이러한 드림 슈트 한 벌의 가격이 자신의 월급 몇 달치를 지불해야만 얻을 수 있다는 사실에 좌절할 수도 있다. 이런 경우에 바로 평소 스타일에 관심을 둬 ‘세컨드 초이스’라는 내공을 쌓아야만 한다.

가격에는 눈높이를 낮추되 스타일에 타협을 하지 않으려면 패션을 이해해야 하고 마켓을 꿰뚫고 있어야 한다. 둘 다 자신이 없으면 지금 이 글을 메모하거나 스크랩하라. 케네스콜(Kenneth cole), 타임옴므, 본, 지오지아. 빈폴옴므, 솔리드옴므, 지크 등에서 선보이는 슈트들은 트렌드를 반영하며 착용감도 괜찮은 편이다. 명품 양복처럼 핸드메이드 공법은 아니지만 저마다의 브랜드 감성이 들어 있으며 디자이너 터치도 배어 있어 2~3년은 잘 입을 수 있는 슈트들이며 가격 또한 아주 부담스럽지는 않을 것이다.

슈트 외에 필자가 생각하는 남자의 로망 중 또 하나의 백미는 뭐니뭐니해도 시계다. 얼마 전 ‘부티 나는 패션’에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필자는 시계와 구두는 가급적 타협하지 말고 장만하는 개념으로 투자하라고 충고한 바 있다. 좀 과장해 표현한 것일 수도 있지만 시계는 구두와 함께 남자의 지위와 힘을 상징하는 중요한 패션소품이다. 하루일과 중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손목은 늘 상대에게 무방비로 노출되는 부분이다. 다시 말하면 그만큼 상대에게 나를 표현하는 첫인상과도 같은 부분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이며 상대에게 심어주고 싶은 당신의 이미지를 손쉽게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시계의 선택시 매우 신중해야 하며 동시에 똑똑해야 한다. 지금 당신의 손목을 감싸고 있는 손목시계는 무엇인가? 아마도 70% 이상의 독자들은 불가리(BVLGARI)나 까르띠에(Cartier), 혹은 롤렉스(Rolex)나 브라이틀링(Breitling), 태그호이어(TAG heuer) 같은 주얼리 시계가 아님을 아쉬워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만일 당신이 미혼남성이라면 결혼예물을 받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손목의 호사를 아직도 기다리고 있는 중일 것이다.

이런 당신이 선택할 수 있는 베스트 세컨드 초이스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손목의 호사를 채워줄 예물시계를 장만하기 전까지 싱글남성의 손목을 채워줄 베스트 파트너를 취향에 맞게 이제부터 ‘리스트 업’할 참이다. 우선 당신이 고급스럽게 패셔너블한 이미지를 고수하면서도 가격적인 메리트를 추구한다면 ‘엠포리오 아르마니’ 시계보다 더 좋은 시계는 없을 것이다. 일할 때나 쉬는 주말에도 전천후로 크로스 코디네이션이 가능한 디자인이 바로 엠포리오 아르마니 시계이다. 아르마니 특유의 우아하고 유려한 감성은 그대로 녹아 있으면서도 약간은 스포티함이 더해져 있고 다이얼이 크게 디자인돼서 활동적이고 과감한 젊은 직장인들에게 적격이다.

반면 당신의 감성이 다소 보수적이고 정통 주얼리 시계의 이미지를 극도로 선호하는 남성이라면 버버리 시계가 당신을 흡족하게 해줄 것이다. 버버리 의류라인이 트래디셔널(Traditional)한 정통의 감성에 최근 젊어지고 있는 트렌드를 반영하듯이 시계디자인에서도 버버리는 이 보수적인 성향을 결코 진부하지 않은 방식으로 전개하고 있다. 필자가 몇 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차고 다니던 롤렉스 빈티지 ‘오이스터’를 벗어던지고 덥석 버버리로 바꿔 찼어도 결코 자존심이 무너지지 않았을 만큼 버버리 시계는 패션시계 그 이상이다. 다른 패션시계보다 20~30% 정도 가격이 비싼 것이 ‘아픔’이지만 패션시계 그 이상의 가치를 얻고 싶다면 버버리 시계를 손목에 선사하라.

정갈하고 쿨한 뉴욕의 시크함과 실용주의적인 미국패션을 선호한다면 DKNY 시계가 당신을 뉴요커로 만들어줄 수 있을 것이다. 미니멀하면서 세련된 DKNY 시계는 스포츠워치를 빈티지스럽게 혹은 정통 시계를 디지털의 느낌으로 재해석하는 디자인으로 여성 직장인들에게도 매우 선호도가 높은 패션시계이다. 따라서 여성의 취향을 따라서 남성도 같은 시계를 선택한 커플시계로도 좋을 것이다.

야외 활동이 많은 액티브한 직업, 혹은 취미를 가지고 있는 남성이라면 컬럼비아 시계를 추천한다. 편안한 착용감과 기능성에도 만족하겠지만 동시에 남성다운 멋스러운 디자인도 당신을 흡족하게 해 줄 것이다. 좀 더 젊은 감성으로 패셔너블하게 시계를 연출하고 싶을 때에는 디젤 시계가 있다. 디젤 시계는 시계 하나만으로도 옷차림이 한 단계 더 트렌디해 보일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데님팬츠등과 특히 더 잘 매치되며 특히 3-4살쯤 어려 보이고 싶을 때 택하면 탁월한 선택이 될 것이다.

시대는 바야흐로 자신의 소품들이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 자동차가 더 이상 단순한 운송수단이 아니라 자신의 취향과 이미지를 설정하는 무기가 될 수도 있으며 시계가 더 이상 시간을 알려주는 기계가 아니라 자신의 일부분처럼 스타일을 정의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만 할 것이다.

당신도 이제는 자신이 사용하는 하나하나의 라이프스타일 아이템에 자신의 감성과 스타일을 선택하고 담는 노력을 즐거워하는 삶을 추구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뿐만 아니라 자신의 경제사정도 고려해 무모한 소비가 아니라 계획하고 수정하는, 즉 차선책으로 절충해 효과적으로 선택하는 ‘세컨드 초이스’에 대한 영민함도 이끌어내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이 시대에 진정으로 소비의 미덕을 이해하는, 지각 있는 현대인으로 대접받을 수 있을 것이다

남자여, 이곳에서 쇼핑의 주체가 돼라

최근 서울 청담동 필자의 사무실 근처에 새로운 수입의류매장 하나가 오픈했다. 오픈행사로 교통이 막히고 그야말로 북새통에 화가 나기도 했지만 한국에 없던 새로운 미국 의류브랜드이며 남자옷도 있는 브랜드라서 한편으로는 기쁘기도 했다. 그런데 그 옆에 좀 작은 규모의 한 남성의류 편집매장이 생기고 있는 것을 뒤늦게야 눈치챘다. 규모가 작아서가 아니라 조용히 세련되게 오픈을 준비하고 있었기에 잘 몰랐던 것 같다. 순간 좀 전에 언급한 그 대형 미국 브랜드보다 그 작은 매장이 훨씬 더 궁금하게 여겨져 구경이라도 할 겸 달려 들어갔다. 역시 쇼핑의 대세는 외국도 그러하지만 이제 한국도 단독매장도 백화점도 아닌 이러한 멀티브랜드들이 들어 있는 멀티숍, 즉 편집매장임을 한눈에 느낄 수 있었다. 편집매장은 여성들에게 쇼핑의 결정권을 맡기기를 원하는 한국의 남성들에게 좋은 연습장이 될 수 있다. 왜냐하면 한 공간에 백화점처럼 많은 브랜드의 물건이 있어 쉽게 비교할 수 있으며 시장처럼 컨셉 없이 물건이 뒤섞여 있는 것이 아니라 바이어나 오너의 취향에 따라 쇼핑의 제안이 정제돼 배어 있는 상품구성이라서 물건을 고르기에 덜 혼돈스럽기 때문이다.

요즘 실제로 소비패턴의 변화로 단순히 물건을 사고 그것을 쓰고 버리는 지루한 단순개념보다 쇼핑의 행위 자체를 하나의 즐거운 놀이 혹은 경험으로 생각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이에 맞춰 쇼핑공간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예전의 쇼핑공간은 되도록 많은 물건을 진열해 놓고 소비자가 알아서 필요한 물건을 사게 하는 일방적인 소통이 다분히 존재했다면 요즘 뜨고 있는 몇몇 편집매장에서는 이 공간을 찾은 소비자들이 좋아할 만한 놀이문화 공간과 더불어 여러 다국적 희귀 브랜드를 한 공간에서 체험할 수도 있고 새로운 트렌드를 가장 쉽고 빠르게 미리 접할 수도 있게 배려한다. 흘러나오는 음악, 놓여 있는 의자, 걸려 있는 그림, 서비스해 주는 음료 등.

또한 이러한 편집매장에서는 다른 이들과는 차별화된 그야말로 ‘나’만의 특별한 물건을 찾을 수 있다. 요즘의 우리는 자기만의 공간, 자기만을 위한 물건 등 자기자신에게 포커스가 맞춰진 그 무언가에 목말라 있다. 그러나 모든 것이 빠르게 전파되고 쉽게 카피돼 공유되는 요즘 나만의 무언가를 찾기는 아주 힘들다. 소비자의 안목이 높아지고 평범함을 혐오하는 사람이 늘어남에 따라 ‘소품종 다량생산’은 더 이상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 수 없다. 생산은 적게 하고 아이템의 스타일수를 많이 해 선택의 기회를 높이는 것이 수준 높아진 소비자를 매료시킬 중요한 핵심인 것이다. 이렇게 바쁘고 빨리 돌아가는 세상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나’를 기억시킬 수 있을 만한 스타일이 담겨 있는 나만의 아이템을 찾아 쇼핑한다는 것은 하지만 결코 쉽지 않다. 발품도 팔아야 하고 정보도 많이 알아야 하며, 그리고 가격대도 자신의 수입과 맞아야 하기 때문이다.

백화점 세일기간에 여자친구나 아내의 손에 이끌려 쇼핑에 나선 남자들. 처절할 정도로 지쳐 보인다. 그리고 쇼핑을 즐기기는커녕 매장 데스크 옆 소파에 온몸을 기댄 채 늘어져 있거나 혹은 백화점 지하 음식코너로 혼자 달려가 냉면 한 그릇을 청하며 쇼핑을 하고 있는 아내나 여자친구를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다.

남성들이여, 이제 여성들을 회유해 편집매장에서 쇼핑을 하라. 일단 규모가 작지만 다양한 아이템이 있어 백화점에서 여기저기 끌려다니는 것에 비하면 10배 정도 시간이 짧아질 것이다. 그것만이라도 희소식이 아닌가? 이뿐 아니라 편집매장에서의 쇼핑은 남성들에게도 쇼핑의 묘미를 선사해 줄 것이라고 확신한다. 남자들은 여자들과 달리 쇼핑 중 쉴 수 있는 공간을 절실히 필요로 한다. 편집매장에서는 당신이 쇼핑 외에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릴 수 있게 하는 여러 재미가 곳곳에 숨어 있다. 그럼 이제부터 그 리스트를 살펴보자.

우선 2003년 서울 청담동에 오픈한 수입편집매장 ‘분더샵’이 최근 남성관을 오픈했다. 기존 분더샵의 남성 섹션에서 별도로 분리돼 새로운 브랜드 구성과 함께 단독매장으로 새롭게 선보인 것. ‘분더샵 맨’은 국내 남성패션 마케팅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를 남성 단독 편집매장의 효시 격이라 의미가 있다. 총 3개층, 150평 규모로 아시아권에선 최대 규모다.

특히 돋보이는 것은 남성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퇴근 후에도 여유롭게 쇼핑할 수 있도록 영업시간을 유동성 있게 짜놓은 것이다. 쿤(Koon)이나 스페이스뮤(Space MUE) 같은 편집매장 또한 세련되고 깔끔한 인테리어와 고급스럽고 다양한 아이템으로 연예인을 비롯한 세련된 스타일을 추구하는 남성들의 발길을 이끌고 있다. 이런 편집매장들은 소비자가 이 공간에 들어서는 순간 이미 감각적으로도 기분 좋은 충격을 주고 뭔가 특별한 사람이 된 듯한 생각을 유발시킨다. 더구나 각각의 멀티숍들의 특성에 맞는 상품구성, 브랜드 조합, 그리고 거기에 맞는 매장 컨셉은 매장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로서의 역할을 한다. 마치 여러 브랜드들을 수용해 정리해주는 쇼핑가이드라는 무형의 서비스를 추가로 파는 셈인 것이다.

한 공간에서 다양한 브랜드 제품을 한 번에 접할 수 있으며 매장 자체가 하나의 컨셉을 갖고 있어 본인의 취향을 갖고 있는 고객들이 쉽게 쇼핑을 즐길 수 있는 게 최대 강점이라 할 수 있고 브랜드보다 선호하는 스타일을 중심으로 쇼핑할 수 있도록 동선도 고려돼 있다. 또한 브랜드간 경계를 없애고 상품을 스타일별로 구입할 수 있도록 소비자들을 배려한다. 과거 위아래 착장을 같은 브랜드로 쫙 빼입거나 브랜드 로고가 노골적으로 드러나게 입었던 한물간 스타일은 이제 던져버리자. 여러 브랜드를 하나의 컨셉으로 자연스럽게 이을 수 있는 ‘픽앤드매치’(Pick & Match)의 센스를 배우고 즐기고 보여주자.

편집매장은 하루아침에 한국에 뿌리를 내린 것은 아니다. 이미 10여년 전부터 크고 작은 수입품 의류코너들이 소비자들을 개인적으로 친밀하게 관리해 오는 전략으로 존재해 왔으나 이제는 컨셉이 좀더 유니크하고 대형화된 세련된 편집매장에 밀려 사양길에 접어든 것이다. 여성들의 전유물인 ‘뷰티 크레디트’나 ‘토다 코사’ 같은 화장품의 편집매장도 이미 2~3년 전부터 대형화가 현실화돼 주요 지역에 가면 하나씩은 있어 여성들의 놀이터가 된 지 오래다. 이 덕에 동네 화장품 할인코너는 점점 사람들의 발길이 뜸하다. 이외에도 ‘갤러리 어클락’ 같은 유명한 패션시계 멀티숍도 이미 10년 전부터 자리를 잡아오며 세계적인 패션시계 브랜드들을 한자리에 제시하고 있어 시계 쇼핑을 간편하게 하고자 하는 욕구와 동시에 많은 선택의 기회를 갖고 싶어 하는 상반된 욕망, 거기에 문화적인 즐거움까지 가져가고 싶은 요즘 소비자들의 욕심을 만족시켜 주고 있다. 편집매장은 이렇듯 최근에 갑자기 생겨난 문화적 현상이 아니라 앞서 언급한 다양한 패션 주변상품들을 취급하는 편집매장의 출현으로 자연스럽게 발전해 온 것임을 알 수 있다.

여자들이 이 사회에서 남자들과 똑같은 업무분담을 요구하는 시점이 도래했고 이미 그들의 능력을 인정받았듯, 남자들도 과거 여자만의 고유권한인 아름다움을 요구받고 있는 시대가 왔다. 멀티플 라이프, 멀티플 스타일, 멀티플 익스프레션…. 넘쳐나는 다양함 속에 우리는 이제 좀더 많은 선택권을 갖고 있고 이러한 멀티플 초이스라는 우리의 권리를 포기할 수 없다. 남성들의 가치관이나 생활이 진화하면서 구매결정권을 여성에게만 맡기지 말고 스스로 쇼핑 자체를 즐길 수 있는 현명한 현대 쇼퍼(Shopper)가 되길 바란다. 이제 쇼핑은 더 이상 그저 물건을 사는 지루한 행위가 아니라 문화를 즐기고 삶에 여유를 만끽하는 중요 이벤트가 됐다는 것을 명심하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 평소 정보에 귀를 세우고 눈을 크게 떠 자기가 좋아하는 것과 진짜 자신에게 잘맞는 것의 차이를 구체적으로 알아내기를 바란다.

1994년 호주 매쿼리대학 졸업. 95~96년 닥터마틴·스톰 마케팅. 2001년 홍보대행사 오피스에이치 설립. 각종 패션지 지큐·앙앙·바자 등에 칼럼 기고. 저서에 샴페인 에세이 〈250,000,000버블 by 샴페인맨〉이 있음

맞춤복으로 ‘남자를 더욱 남자답게’

최근 패션계의 화두인 남성 멀티숍(예를 들면 ‘분더 샵 맨’) 런칭을 필두로 70~80년대의 복고 분위기를 맞아 남성들이 다시 제대로 된 슈트에 열광할 조짐이 보인다. 국내에서 가장 젊고 세련되고 능력 있는 남성들이 드나드는 멀티숍의 2층 전체가 오즈워드 보탕, 톰 브라운, 돌체 앤 가바나 등 디자이너 슈트 섹션이라는 것만 봐도 최근의 경향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그렇다면 왜 트렌드 세터라 불리는 남성들이 갑자기 ‘슈트’에 애정공세를 펼치고 있는가.

최근의 슈트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다름 아닌 바로 ‘커스터마이제이션’(Customization)의 개념이다. 커스터마이제이션은 현재 패션뿐만 아니라 사회문화 전반에 걸쳐 전세계적으로 가장 각광받고 있는 떠오르는 소비 트렌드라고 할 수 있다. 남과는 다른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것을 갖고 싶은 각각의 소비자의 개인적인 욕구가 자연스럽게 이러한 마케팅 서비스 개념을 파생시킨 것이다. 당연히 패션계도 예외는 아니어서 남성의 슈트 시장에서도 개개인의 입맛에 맞춰 섬세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브랜드들이 늘어나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들 브랜드의 서비스 장점은 착용했을 때 신체가 가장 편안하면서도 구조적인 아름다움과 스타일을 유지하는 데 있다.

현재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브랜드 가운데에는 해외 브랜드들이 대부분이다. 대표적인 브랜드가 에르메네질도 제냐(Ermenegildo Zegna)다. 제냐만의 수 미주라(Su Misura) 시스템으로 고객의 체형에 맞게 기성복을 보완해 만드는 반맞춤복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해 제공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이탈리아어로 ‘당신의 사이즈에 맞춘다’는 뜻을 가진 용어 그대로 신체 사이즈를 컴퓨터상에 정확히 보존·관리해 세계 어디서도 450여종의 원단과 100여종의 모델에서 원하는 것을 선택해 주문하면 옷 안쪽에 ‘Taglio Exclusive’라는 문구와 원하면 착용자의 이름까지 새겨주는 섬세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매장에서 치수를 재고 옷감과 디자인을 고르면 유럽에 있는 수 미주라 전용공장에서 양복을 만든다고 하며 주문 후 제품을 받을 때까지 약 5주가 걸린다고 한다. 기존의 디자이너 슈트 브랜드들에 식상한 젊은 자영업자들과 잘나가는 젊은 CEO들이 즐겨입는 추세다.

전통적인 장인정신의 테일러링 스탠더드를 엄격히 유지해 서로 다른 고객들의 기대와 기호를 만족시키고 있는 이탈리아 슈트 브랜드, ‘브리오니’(Brioni) 또한 맞춤복과 기성복의 중간점에 위치하는 최고급 맞춤복 서비스로 유명하다. 1940년대 창립 이후 다양한 패션 트렌드가 거센 돌풍을 일으키며 변화를 거듭할 때도 브리오니는 가장 중요한 것, 바로 클래식을 지켜왔고 남성복업계에 혁신적인 엘레강스를 부여했다. 유니크한 스타일과 디테일이 세련된 포켓, 팬시한 원단의 도입과 새로운 변형의 다트, 패턴이 있는 실크 안감, 맞춤 단추 등을 활용해 브리오니만의 독특한 이미지를 완성해 왔다. 대중에게는 ‘007시리즈’ 제임스 본드의 슈트로 보수적인 한국 중년 간부급 임원들에게 튀지 않으면서도 안정된 패턴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러나 최고급 원단에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들 브랜드라 해도 가격을 살펴보면 한 벌에 400만원을 쉽게 호가함에 젊은 직장인들은 좌절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한국남성의 체형은 대체로 배가 약간 나오고 몸통에 비해 팔다리가 다소 짧으며 허리가 조금 길다는 어쩔 수 없는 불리한 특징이 있다. 또한 각 나라에는 그 나라만의 패션정서라는 것이 존재한다. 아주 미묘한 차이일 수도 있고, 패션에서 정서가 그리 큰 영향을 줄까 할 수도 있지만, 한국남성의 패션정서는 일본인보다도 훨씬 더 보수적이며 고집은 월등히 세다.

이뿐 아니라 성격도 급해서 맞춤양복을 5주씩이나 기다리는 인내심은 아마도 턱없이 부족할 것이다. 그래서 한국남성들은 쉽게 해외 명품브랜드의 슈트를 사서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바로 수선하는 어처구니없는 과오를 종종 저지르기도 한다. 양복은 그 핏(Fit)에 손대는 순간 처절히 망가진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 허가 없이 건물의 용도변경을 하는 것과도 같은 이치다. 수선을 하기보다 자기 몸에 맞는 슈트를 찾아야만 한다. 자기 몸에 맞는 슈트를 고르기 위해서는 자신의 몸을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함이 가장 기본이다.

자신의 허리 사이즈는 물론 와이셔츠의 목 사이즈, 재킷의 사이즈가 어느 것인지 정확히 알고 있어야만 한다. 혹시 신체 사이즈가 이 표준치에서 벗어난다면 어디와 어디 사이인지를 정확히 알고 있어야만 맵시 있는 슈트를 즐길 수 있다. 그다음은 스타일 면에서 자신이 얼마만큼 편한가를 판단하고 브랜드를 선택해야만 할 것이다. 보수적인 패턴을 원한다면 던힐 같은 영국 브랜드를, 좀 튀고 싶다면 아르마니 같은 허리 핏이 유려한 라인을, 일할 때 활동성을 고려함과 동시에 옷의 맵시를 원한다면 ‘나폴리 스타일’의 슈트를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그다음은 자신의 예산과 맞춰봐야 할 것이다.

이런 한국남성들의 슈트 선택시 가격과 브랜드 사이에서의 딜레마는 최근 제일모직에서 제안하는 프리미엄급 슈트 브랜드 ‘란스미어’(Lansmere)를 통해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 란스미어의 수석모델리스트(패턴을 담당하는 사람) 알도 보넬리는 한국에 상주하는 이탈리아 사람이다. 그는 이탈리아 나폴리 슈트를 기본으로 3~4가지의 패턴을 개발하고 관리하고 있는데, 한국과 이탈리아 슈트의 가장 큰 차이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세상 어디를 가도 고급 양복을 만드는 공정은 모두 동일하다. 다만 그 나라의 문화적 정서에 따라 입는 스타일이 다를 뿐”이라고 정의했다.

그에 따르면 슈트가 다른 것이 아니라 슈트를 입는 방법과 사람들이 다를 뿐이라는 것이다. 제일모직의 한국 남성복 50여년의 역사로 응집된 몸을 감싸는 입체패턴과 수십차례의 비접착공정과 핸드메이드의 노력과 노하우는 란스미어라는 프리미엄 슈트 브랜드를 통해 2% 부족한 한국남성의 체형을 보완하는 훌륭한 핏을 제안함과 동시에 보수적이고 튀지 않는 한국남성에게 꼭 맞는 감성의 핏도 함께 제시하고 있다. 가격도 해외 명품브랜드들과 비교했을 때 60~70% 정도로 훌륭한 슈트를 소장할 수 있는 가격저항감도 매우 좋은 편이라서 CEO와 전문인들 사이에서는 이미 화제가 되고 있다.

슈트의 테일러링은 건축엔지니어링과도 같다. 세상 남성들의 몸은 모두 다르며 취향 또한 제각기 다양하다.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자신의 몸을 위한 단 한 벌만의 슈트를 갖는 것은 아마도 모든 남성들의 꿈일 것이다. 자신의 몸의 굴곡과 인체공학을 섬세히 살펴 열심히 일하는 데 편안함과 상대방으로부터의 긴장감을 갖게 하는 스타일의 무기인 슈트. 문화적 차이와 기술적 차이로 인해 오랫동안 한국남성들은 제대로 된 슈트 입기에 실패했는지도 모른다.

이제는 여성스러운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메트로섹슈얼이 시들하면서 ‘꽃미남’들의 시대도 가고 위버섹슈얼이 세계적으로 떠오르고 있다. 불과 두어 시즌 전까지만 해도 남성패션의 대세는 최대한 차려입지 않은 듯한 캐주얼한 차림새였다. 그러나 지금은 이제 그 추세가 변하고 있다. 남자를 가장 남자답게 보이게 하는 것에 대한 고민. 이제부터 남자인 당신, 진지하게 한 번 생각해 보자

절제된 패션에 방점을 찍는다

흔히 봄은 여자의 계절이라 불리는데 여러 분야에서 남녀의 경계가 허물어진 요즘 거리에서는 이미 멋을 부린 남성들이 봄을 만끽하고 있는 듯하다. 아직은 일부이긴 하지만 한국 남성들도 여성들 못지않게 외모에 민감하며 패션 트렌드를 언제든지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는 부류들이 점점 더 눈에 띈다.

일명 트렌드 세터라고 불리는 그들은 올시즌 가장 유행하는 색이 무엇인지, 또는 어떤 스타일의 슈트나 팬츠가 트렌드에 부합하는지 등의 정보쯤은 줄줄 꿰고 있다. 과거에는 배우 이덕화나 최민수 같은 터프가이들이 그 시대 최고의 남성상으로 꼽히며 유행을 선도했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변화하는 21세기에 터프가이를 부르짖는 언론과 브랜드는 거의 사라지고 말았다. 최고의 기대주로 떠오른 영화 <왕의 남자>의 이준기. 그는 올해의 가장 대표적인 크로스 섹슈얼로 떠오르며 여성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고 있다.

크로스 섹슈얼은 말 그대로 남성과 여성을 오가는 중성적인 매력을 갖고 그렇게 스타일을 연출하는 남성을 뜻한다. 이들은 여성적인 화려한 패션이나 주얼리 등을 착용하고 꾸미는 남성을 뜻하긴 하지만 패션 이외의 행동은 남성답기 때문에 무턱대고 여성스러운 남자나 게이로 이들을 오해하면 곤란하다. 그들은 특유의 길고 비대칭적인 컷의 헤어스타일, 십자가 귀걸이와 더불어 일반 남성이라면 엄두도 못낼 스키니 팬츠(타이즈처럼 매우 꽉 끼는 바지) 등을 주로 입으며 성(性)을 넘나드는 그들만의 패션스타일로 이슈가 되고 있다. ‘배우 이준기’라고 하면 대부분 <왕의 남자>의 공길이를 가장 먼저 떠올리겠지만 필자는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길게 늘어진 십자가 귀걸이가 먼저 떠오른다. 처음 그의 귀걸이를 봤을 때는 어색함과 거부감이 들었던 것도 부인할 수 없지만 이제 눈에 익어서인지 아니면 디오르 옴므의 세계적 패션 트렌드 때문인지 그의 모습이 점점 스타일리시하게 보이기 시작한 것도 사실이다. 만약 십자가 귀걸이가 없고 머리가 아주 단정하고 짧은 이준기를 본다면 오히려 더 낯설어 보일 수도 있겠다. 그렇다. 그는 전체적으로 대담한 패션스타일을 액세서리의 효과적인 사용으로 성공하고 있다. 그는 자신만의 독특하고 확고한 이미지를 통해 자신의 상품가치를 끊임없이 올리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필자가 어떻게 옷을 입어야 진짜 멋쟁이가 되는지에 대해 목청 높여 이야기했다면 이번에는 이준기라는 새로운 개념의 남성상을 계기로 한국 남성들이 어떤 액세서리를 어떻게 매치해 자신의 이미지를 구축하거나 경쟁력을 더 높일 수 있을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필자의 글을 흥미롭게 봐왔던 독자라면 이번 시즌의 남성 액세서리에 관한 팁도 놓치지 않길 바란다.

남성들의 액세서리가 큰 열기를 띠기 시작한 건 2년 전 메트로 섹슈얼이 대두되면서부터다. 꽃미남이 늘어감에 따라 남성들의 액세서리 수요도 급증했는데 남성 주얼리라고 해서 예전처럼 굵은 체인 목걸이나 팔찌, 반지 등의 한정된 아이템만 떠올린다면 큰 오산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해외 연예인이나 일부 특정 남성들의 전유물이었던 귀걸이를 이제는 평범한 남성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차고 다니고, 또는 이를 보는 사람들의 시선도 그리 낯설지 않은 요즘 엠포리오 아르마니, 제냐 등을 비롯해 최근에는 디오르 옴므도 남성 주얼리 시장에 공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이 명품 액세서리들은 평균 가격대가 팔찌와 목걸이 등을 비롯해 10만원대부터 100만원대 정도다. 스틸, 은과 블랙의 오닉스를 주요 소재로 해 디테일 없이 심플함을 살리고 너무 튀거나 복잡하지 않아 어떤 의상에도 포인트로 사용할 수 있다.

지난해에 런칭해 많은 관심을 모았던 D&G의 경우에는 독특하고 섬세한 외형의 주얼리를 선보였는데 평소 개성 있는 룩을 선호하는 남성이라면 좋아할 만하다. 성당의 십자가 묵주를 모티브로 한 제품군들은 남성뿐 아니라 여성들에게도 한동안 큰 이슈가 되기도 했다. 이러한 명품 액세서리는 브랜드의 의류 아이템이나 브랜드 주얼리에 비해 가격이 훨씬 저렴한 반면, 브랜드 자체의 이미지 가치가 높아 많은 남성 트렌드 세터들이 선호한다. 좀더 고급스럽고 사치스러운 남성 액세서리를 원한다면 브랜드 주얼리를 쇼핑해 보자. 예를 들어 정통 프랑스 주얼리 브랜드 까르띠에는 남녀 공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브레이슬릿(팔찌)을 새로 소개했는데 잠금장치나 나사가 없는 오픈 브레이슬릿부터 사랑의 메시지를 넣어 간직하거나 선물할 수 있는 튜브형 펜던트 네크리스까지 독특한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필자는 종종 백화점에 쇼핑을 가는데 갈 때마다 항상 거르지 않고 들르는 곳이 바로 주얼리 코너다. 예전 같으면 혼자 들어서기 민망해 여자친구나 스태프와 함께 구경하고 나왔지만 지금은 혼자서도 당당히 들어가 이것저것 짚어가며 착용도 마다하지 않는다. 실제로 많은 백화점 매장에서는 커프스나 셔츠 깃에 포인트를 주는 주얼리 버튼 등이 올 들어 15% 이상 판매가 늘었다고 한다. 액세서리와 화인 주얼리 사이의 컨셉인 ‘브리지 주얼리’(Bridge Jewelry) 제이에스티나도 남성 주얼리를 지난 시즌부터 선보였는데 멋진 댄디가이를 위한 흑진주 타이링, 흑진주 커프스링크(남성에게 진주를 사용한 아이템은 사실 필자의 눈에는 매우 파격적이고 신선하다. 평소 정장차림을 많이 하는 남성이라면 고급스러운 이 흑진주 타이링이나 커프스링크 하나로 자신의 스타일을 조심스럽고도 과감하게 연출할 수도 있을 것이다), 스틸 소재의 목걸이와 컬러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다양한 아이템과 보석으로 남성들을 유혹하고 있다. 이제는 남성들이 다이아몬드, 진주 등의 액세서리를 한다고 색안경을 끼고 볼 필요는 없다.

만일 당신이 캐주얼한 룩을 즐기는 편이고 트렌드에 눈이 밝다면 전형적인 십자가 모티브 디자인 대신 요즘은 반지를 목걸이에 접목시켜 거는 액세서리에 남성들이 흥미를 가지며 눈길을 돌리고 있다는 점을 눈치챘을 것이다. 실제로 최근 남성들은 가죽이나 두껍게 짠 실 소재의 끈에 은이나 스틸 소재의 링반지를 걸어 목걸이처럼 착용하기도 하고 이외에도 앤티크 느낌의 자수정이나 나무로 된 펜던트 등을 목에 걸기도 한다. 티파니는 이 같은 컨셉을 더욱 고급스럽게 해 가죽소재의 줄에 원통형 펜던트인 팔찌와 목걸이 세트를 이번 시즌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고 있으며 스와로브스키의 블랙 크리스털 소재 목걸이도 10만1,000원대로 가격이 비교적 저렴한 편이어서 20대 남성들도 부담 없이 캐주얼하게 착용할 수 있다.

그러나 꼭 브랜드가 아니어도 좋다. 인터넷 쇼핑몰이 인기인 요즘 남성 주얼리 사이트도 많이 생겼기 때문에 충분히 저렴한 가격으로 멋진 제품을 구입할 수 있게 됐다. 인터넷 사이트 중에서도 무4시도(www.mu4sido.com)와 보보스(www.mybobos.co.kr)는 추천할 만하다. 다른 사이트와는 달리 스타일별로 주얼리 섹션을 나눠 보기 편하도록 만들어 놓았으며 유행만을 고집하지 않는 점이 특징이다. 특히 무4시도는 요즘 유행하는 해골 모티브(가죽과 은 소재)에 빠진 남성들에게 추천한다.

주얼리를 사기 위해 매장에 한 번쯤 들러본 남성들이라면 이미 느꼈겠지만 남성 주얼리도 이미 여성 주얼리 못지않게 다양해졌다. 심플한 목걸이부터 화려한 원석을 사용한 각종 아이템까지 소재와 디자인 면에서 여성들까지 놀라게 할 정도다. 그만큼 현대 한국 남성들도 액세서리나 주얼리를 이해하고 구체적으로 원한다는 방증인 셈이다. 적절한 주얼리 선택으로 절제된 패션을 악센트 하나로 반전시켜 완성하거나 평범한 옷을 입었을 때는 튀는 액세서리 하나로 더욱 스타일리시한 남성이 될 수도 있으니 올 봄에는 당신의 허전한 패션의 빈틈을 멋지게 채워 넣어주는 액세서리나 주얼리에도 주목해 보자

‘센스로 보여주는 나만의 패션감각’

해마다 5월 즈음해서는 특별한 날이 많아 고민이 생긴다. 더구나 올해는 ‘쌍춘년’이라서 결혼식도 유난히 많다. 빠듯한 월급에 이것저것 다 챙기지는 못하더라도 나름대로 이것만은 꼭 챙겨야 하는 리스트를 순위대로 정리하지 못한다면 난감해지는 순간이다.

지난 어버이날 필자는 부모님과 저녁식사를 함께하면서 간만에 사는 이야기를 실컷 했다. 어려서부터 떨어져 생활해 한 달에 한두 번밖에 아들을 보지 못하는 노부부에게 가장 좋은 선물은 아들과 함께하는 즐겁고 유쾌한 시간이다.

이렇게 상대방에 따라, 상황에 따라 상대방 입장을 고려하는 한편 자신의 예산에 입각해 선물을 준비한다는 것은 쉽지만은 않다. 특히 정보가 없고 상대방의 취향도 잘 모른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상대방의 취향을 잘 몰라서 그냥 상품권을 안긴다면 그것도 좀 실례가 될 수 있으며 선물의 액면가가 그대로 드러나게 돼 보기에도 좀 그렇다. 아주 친한 사이에는 오히려 상품권이 고마운 선물이긴 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가격이 비싼 선물을 한다고 받는 사람들이 모두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너무 비싸도 받는 사람이 부담스러워하는 경우도 많다. 그렇다면 10만원 범위 내에서 기능과 디자인 모두 융통성 있게 보일 수 있는 선물 아이템은 과연 무엇이 있을까. 검색창에 두드려도 나오기 힘든 리스트를 필자는 공유하고자 한다. 단 ‘세련된 남성만이 세련된 선물을 한다’는 전제하에 정보를 주고 싶다. 선물을 하는 매너도 이제는 패션이니깐 말이다.

첫번째 아이템으로 남녀 상관없이 할 수 있는 선물이 바로 와인이다. 무지해 무엇을 어떻게 골라야 할지 모른다면 칠레 최고의 와인으로 찬사받으며 APEC 공식 만찬 와인으로 선정돼 국내에서도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몬테스 알파 M’을 적극 추천하고 싶다. 보르도 블랜딩(Bordeaux Blend) 방식으로 만들어져 맛의 깊이와 느낌이 고상하고 귀족적인 것이 특징이다. 아주 진한 루비색에 붉은색 과일의 향과 후추와 같은 스파이시함이 잘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숙성·보존할 수 있는 기간도 보장되는 와인이다. 특히 와인라벨에 그려져 있는 천사 이미지는 성공과 행운을 의미해 승진한 누군가에게 혹은 집에 초대를 받았을 때 들고 가면 매우 근사해 보일 수 있다.

요즘 와인글라스도 각광받고 있는 선물 아이템 중 하나다. 와인문화가 재빠르게 자리잡고 있어서인지 집에서 와인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당뇨병, 노화방지, 항암효과 등 와인의 숨어있던 효능이 알려지면서 그 열기를 더하고 있다. ‘가볍고 강한’(Light & Strong)을 외치며 국내에 수입된 최고급 와인글라스 슈피겔라우(Spiegelau)의 경우 건강한 와인 라이프에 편리함과 멋을 동시에 선사한다는 모토로 판매되고 있다. 슈피겔라우는 1521년부터 명성을 쌓아온 오랜 전통의 글라스 메이커로 오늘날까지 전통적인 방식으로 와인글라스를 생산한다고 알려져 있다. 매끈하게 빠진 모양과 잘 깨지지 않는 실용성까지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레드와인, 화이트와인, 그리고 샴페인 글라스까지 원하는 대로 세트로 묶어서 선물이 가능해 필자는 얼마 전 집들이에 6잔들이 세트를 선물한 적이 있다.

남자를 위한 아이템들은 가격대가 아주 비싸지 않으면 아주 싼 것들이 많아 적당한 가격에 격식을 차릴 수 있는 선물이 흔치 않다. 이런 경우 넥타이는 연령을 불문하고 슈트를 빈번하게 착용하는 남성들에게 선물하기엔 가격도 괜찮고 브랜드도 좋은 것으로 고를 수 있어 가장 좋은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단 선물을 받게 될 사람의 취향을 고려하는 것이 포인트이다. 선물하는 사람의 취향대로 넥타이를 고르면 선물을 받는 사람은 오히려 맬 수 없어 화가 날 것이다. 시중에 나와 있는 타이 안쪽을 보면 라이닝이 들어가지만 최근에는 맞춤 슈트 전문점 등을 중심으로 라이닝에 겉감과 동일한 실크를 사용한 제품도 나와 있다. 꼼꼼한 봉제선이 고급스러움을 더해주며 클래식하고 보수적이면서 감성적인 색상으로 누구에게나 선물해도 실패할 확률이 거의 없다. 또 요즘 같은 계절에 선물을 해야 한다면 여름에 즐겨 맬 수 있는 니트 타이를 선택하는 것은 어떨지 체크해 보길 바란다.

중년여성에게 줄 선물을 고민하고 있다면 흔치 않으면서도 기능성 있는 액세서리를 추천하고 싶다. 안경이나 선글라스를 걸면 더욱 스타일리시하게 보일 수 있는 선글라스홀더가 바로 그러한 아이템이다. 예컨대 랄룹(La Loop) 등의 브랜드는 안경홀더지만 목걸이와 다름없을 정도로 장식효과가 크다. 아직 우리나라에선 이들 제품이 생소하지만 최근 뉴욕에서 한 직장여성이 자주 잃어버리는 안경 때문에 고안해 만들었다고 하는 이 제품은 단기간에 전세계 유명 연예인들을 비롯, 유명인사들에게 사랑받는 액세서리로 급부상했다. 가죽목걸이에 반지 같은 고리가 보조보석이나 빈티지 비즈, 조개껍질 등으로 만들어져 여성들의 가슴 언저리에서 액세서리로서의 멋진 아이웨어(Eye Wear)를 걸 수 있는 재미있는 아이템이며 가격대도 몇 만원에서 비싼 리미티드 라인까지 선택의 폭도 넓다. 단순히 체인에 고리가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고리에 걸 안경이나 선글라스가 돌아가는 것을 방지하고 안정된 상태에서 목에 걸 수 있게 만들어져 있는 디자인과 기능을 함께 더해주는 매력이 있다. 특히 선글라스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MP3플레이어나 지하철패스 등 잃어버리기 쉬운 필수품을 쉽게 보관할 수 있어 젊은 친구들에게 선물하는 데도 디자인이나 가격, 활용도에서 여러모로 좋은 아이템이라고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당신이 선물을 받는 사람의 생활 속 한 부분이 되길 바란다면 시계 또한 탁월한 선택이 될 것이다. 시계는 매우 비싼 아이템으로 여겨져 받는 사람들에게 임팩트가 있다. 가격 대비 훌륭한 브랜드나 받는 이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디자인을 고른다면 당신의 안목을 칭찬받을 수 있을 것이다. 시계는 단순한 액세서리가 아니라 그 사람의 라이프스타일 아이덴티티를 보여주는 생활 아이템으로 주는 이와 받는 이 모두에게 특별함이 있다.

또한 시계는 소중한 시간을 받는 이와 함께 나누고 싶어 하는 마음을 전달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아이템이기도 하다. 필자는 의류브랜드 페리엘리스(PERRY ELLIS)에 시계 라인이 있다는 소식을 얼마 전에 듣고 반가움을 금치 못했다. 페리엘리스 워치는 다양한 스타일에 도시감각의 뉴트래디셔널을 지향하는 브랜드로 요즘 패션 트렌드와 잘 어울린다.

선물은 사람의 마음을 전하는 훌륭한 매개체다. 그렇기 때문에 고르는 데 신중해야 한다. 마음이 느껴지지 않는 선물은 금방 들키고 만다. 소소한 선물일지라도 선물을 고르는 사람이 받을 사람을 생각하며 또 고민하며 시간과 마음을 쏟았다면 세상 어느 것과도 견줄 수 없는 최고의 선물이 된다. 왜냐하면 선물은 돈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사는 것이기 때문이다

군살 없는 몸+내추럴룩=‘섹시가이’

얼마 전 웹서핑을 하던 중 우연히 모 포털사이트에서 발표한 재미있는 설문조사를 봤다. 1위 다니엘 헤니, 2위 주지훈, 3위 조인성. 설문조사의 주제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정답은 바로 20대 여성 200여명에게 물어본 ‘자신의 이상형에 가장 가까운 남자연예인’이라는 주제였다. 물론 세 사람 다 잘생긴 외모에 스타의 자질을 충분히 갖추고 있기에 그다지 놀라운 결과도 새로운 결과도 아니었다. 하지만 불과 2~3년 전에 똑같은 설문조사를 했다면 아마도 조금은 다른 스타일의 남자연예인들이 뽑혔을 것이다. 시대에 맞는 미의 기준은 남성이 여성에게만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여성들로부터 남성에게도 역적용이 된다는 것이다.

이들 세 명은 분명히 각기 다른 매력을 소유하고 있지만 굳이 이 시대 여성들이 요구한 공통된 가치를 찾아본다면 (우리 모두가 그들처럼 여성들로부터 호감받기 위함일지라도) 바로 부드러운 섹시함을 그들만의 고유한 스타일로 풀어낼 줄 아는 남자연예인들이라는 점이다. 세 명 모두 각기 다른 독특한 방식으로 자신의 존재를 커뮤니케이션하지만 그들의 하드웨어는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지방이 거의 없는 정화된 몸(Refined Body), 자연스러운 스타일(Natural Look).

그러면 이미 찾아와 버린 올 여름, 특히 더워서 노출도 많이 해야 할 이 여름을 우리 ‘평범남’들은 어찌 감당할 것이란 말인가! 세 남자들만큼은 아니어도 어떻게 하면 스스로 만들어낸 여러가지 변명적 위로에서 벗어나 조금은 회복된 자신감으로 이 여름, 자신도 이 지구상의 또 하나의 남성이라는 존재감을 부여받을 수 있을 것인가.

우선 정화된 몸에 대한 미션이다.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게으른 만큼 무너지고 망가지며 결국 자신을 가둔다. 일단 기초부터 다시. 식사는 항상 천천히, 양의 조절이 잘 안되는 사람은 아예 덜어놓고 식사를 하는 것도 좋다. 아침, 점심은 잘 먹되 저녁은 가볍게. 특히 밥 같은 탄수화물은 일단 경계의 눈초리로 대해야 한다. 사회생활을 하면 어쩔 수 없는 술자리. 그렇지만 안주를 주의하라. 기름진 안주를 삼가고 서로 합의해 건강한 안주를 택하도록 도모해보라. 삼겹살 안주보다 두부가 좋을 것이며 야식은 이제 인생의 사전에서 지워버리도록 하라. 차라리 한밤의 배고픔을 즐기고 대신 아침의 해장을 기다려라. 일주일에 최소 2번(3번이 더 적당하나 살기에 벅찬 우리이므로) 정도 30분의 달리기 혹은 빠르게 걷기를 지켜야 성인병에 안 걸리고 자신의 타고난 명대로 살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자기 전 누워서 두 다리 모아들기를 나이수대로 3세트씩 하고 일어나서는 담배 대신 물을 한 잔 마시면서 잠에서 깨라. 그리고 반드시 기지개라도 켜라. 만일 스트레칭이 사치스럽지 않은 당신이라면 기지개를 좀더 업그레이드시켜서 자신의 몸을 풀어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조금만 더 노력해서 규칙적으로 운동을 병행한다면 3개월 정도면 당신의 몸은 다시 정화될 것이다. 체중의 숫자에 연연하기보다 근육량을 늘리고 지방량을 줄여라. 그리고 수분의 감소를 철저히 방지해야 한다. 이것이 노력이 아닌 습관이 될 때 몸은 자연스럽게 슬림 보디, 즉 지금의 여성들에게 절대적 지지를 받는 몸이 된다는 말이다.

몸을 정화시키는 가운데 두 번째 미션인 자연스러운 스타일(Natural Look) 내기에 도전해보자.

넥타이를 풀고 자연스러운 스타일에 딱 좋은 아이템은 역시 데님이다. 특히 여름이면 필자가 해마다 언급하는 단골 아이템이기도 하지만 매년 데님의 스타일은 조금씩 변화한다. 2006년의 여름에는 어떤 스타일이 유행할지 짚어보자.

사실 청바지도 청바지 나름. 어떻게 나에게 잘 맞춰 입느냐에 따라 더 섹시해질 수도 있고 오히려 나잇값 못하는 당황스러운 옷이 될 수도 있다. 우선 자신의 체형에 맞게 청바지를 고르는 법을 알아보도록 하자. 전반적인 청바지의 유행이 밑위가 짧은 편이긴 하지만 30대 이상이 지나치게 밑위가 짧으면 경망스러워 보일 수 있으며 반대로 너무 긴 ‘배바지’ 청바지를 입어 시각적 공해 인간으로 낙인찍히지 말자. 자신은 편할지 모르지만 보는 이들은 매우 불편하다. 자신의 다리가 짧다고 바짓단을 무성의하게 접어 입지 말자. 오히려 청바지를 살 때 부츠컷 스타일을 요구해 자신의 다리길이에 정확히 맞게 수선을 해서 입어보라. 혹은 절개선으로 다리를 길어 보이게 하거나 롤업 청바지(하단을 접어 입은 청바지) 등으로 시선을 아래로 끌도록 하자. 무릎 아래부터 통이 점점 넓어지면서 신발의 밑단까지 오는 길이의 부츠컷 스타일은 가장 다리가 길어 보이게 한다.

한편 롤업 청바지의 경우 다리길이보다 트렌디한 디자인으로 시선을 끌면서 슬림라인을 만들어 다리를 날씬하게 보이게 한다. 그리고 히프가 커서 고민인 사람은 히프와 허벅지에 여유가 있거나 밑위가 약간 짧아서 히프가 올라가 보이도록 하는 스타일, 포켓으로 히프를 커버하는 스타일도 매우 좋다. 또 허리가 굵을 경우 골반 스타일의 청바지가 가장 좋다. 골반 스타일은 허리에 큰 제약을 받지 않기 때문에 좋다. 이 스타일의 청바지 중 몸에 붙는 스타일을 선택하면 다리가 길고 날씬하게 보이도록 한다. 워싱도 다리가 길어 보이는 착시현상을 주기 때문에 다리부분이 세로로 길게 워싱돼 하얗고 가장자리가 진한 색상의 청바지를 고르면 슬림하고 긴 다리가 될 수 있다.

이제 청바지의 선택폭은 점점 넓어지고 있다. 국내브랜드를 시작으로 수입브랜드, 거기에 해외 유명 디자이너들도 가세해 한 벌에 100만원 가량인 명품청바지까지 나오고 있으니 말이다. 명품청바지는 접어두더라도 직장인의 품위에 맞으며 예산에 무리가 없는 프리미엄급 청바지에 대해 살펴보자. 최근 럭셔리한 자동차 매장에서 부티크형 패션쇼, 매거진 형태의 카탈로그 발간 등 고급화 전략을 시도하고 있는 리바이스는 남성 프리미엄 진으로 ‘레드룹’ 라인을 출시했다. 세련된 도시남성을 위한 프리미엄 진인 레드룹을 국내에 도입하기로 한 것. 일본 리바이스사에서 자체 개발한 레드룹 라인은 진의 벨트고리를 빨간색으로 강조해 레드룹이라 이름 붙이게 됐다. 레드룹은 빨간색의 고리(룹)와 검정 가죽 패치, 슬림한 라인이 특징. 가격은 20만원대로 50개 주요 리바이스 매장에서 한정 판매된다. 이뿐만 아니라 톱디자이너 우영미씨를 영입해 ‘레드룹 바이 우영미’ 한정상품까지 출시한다. 이제는 진의 쓰임이 캐주얼뿐만 아니라 세미포멀로도 이렇게 전이되면서 최고급 데님 원단을 사용해 나이가 좀 있는 30대 이상의 남성 패션 마니아들까지도 끌어들이고 있다.

그리고 8월에는 네덜란드 프리미엄 진 브랜드, ‘지 스타’(G-STA RAW)도 한국에 재런칭한다. 리바이스와는 또 다른 유럽적이고 지적인 매력을 표방하는 지 스타는 좀더 선별된 한국 남성들에게 입체적 패턴으로 몸을 더욱 멋지게 보이게 해주는 데님이 되기에 충분하니 주목해 보길 바란다. 특히 움직일 때 활동성이 매우 뛰어난 입체패턴으로 필자 또한 몇 벌이나 이미 소장하고 있을 정도다.

점차 데님 브랜드의 수가 늘어나면서 남성들의 선택폭도 더욱 넓어진 셈이다.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청바지를 찾지 못한다면 앞서 말한 자연스러운 스타일이란 멀기만 하다. 그리고 자신의 몸에 대해 자신이 지켜야 할 여러가지 생활습관 또한 인생에서 또 하나의 선택의 폭이라 할 수 있다. 무너지거나 혹은 건강하거나.

자연스러운 ‘내추럴룩’은 청바지 한 벌로만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을 자신의 건강하고 정화된 몸이 선결과제라는 사실도 잊지 말자

나만의 소품으로 휴가를 ‘세련되게’

월드컵으로 한껏 달아오른 이 여름의 열기는 ‘월드컵이 끝나면 무슨 낙으로 살까’ 하는 걱정이 들 정도로 뜨겁다. 다가올 여름휴가 계획에 모두들 벌써부터 흥분돼 있는 것도 아마 이 때문인 듯하다.

필자는 국내에서 여름휴가를 즐기는 것을 선호한다. 가능한 한 해외여행은 피하는 편이다. 해외여행은 복잡한 수속에서부터 공항까지 가고 또다시 돌아오는 것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지 않은가. 그래서 휴가 전부터 진을 빼는 대신 가까운 근교나 서울시내에서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는 것을 선호한다.

아마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은 비단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고맙게도 최근에는 이런 ‘시티 홀리데이족’을 위한 호텔 패키지 상품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또 가까운 근교에 멋진 펜션도 있으니 휴가에 대한 개념을 한번 바꿔보는 것은 어떨까. 휴가의 개념을 바꾸는 것은 휴가기간에 함께해야 할 아이템을 새롭게 재정비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될 것이다. 그럼 지금부터 멋진 휴가를 위해 여름에 필요한 ‘머스트 해브’(Must Have·꼭 필요한 것) 아이템에 대해 업데이트를 해본다.

우선 제일 먼저 휴가기간에 필요한 모든 ‘핫서머 아이템’을 담을 수 있는 멋진 가방이 필요하다.

마침 올 여름 남성복 컬렉션을 보면 비치웨어(Beach Wear)에 커다란 빅백(Big Bag)이 등장한다. 게다가 수납의 장점까지 살렸으니 여행용 가방으로는 그만이다. 미니멀한 디자인의 빅백은 포멀함을 추구하는, 슈트를 입은 도시남성들이 들고 다녀도 전혀 어색하지 않으며 특히 캔버스 소재의 캐주얼한 컬러감의 빅백은 캐주얼뿐 아니라 태닝오일과 비치타월을 수납해야 하는 여름철에 가장 적합한 제품이기도 하다. 간혹 너무 멋부리려고 가죽으로 된 빅백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는데 무거울뿐더러(가격도 매우 비싸다) 자칫 장맛비나 휴가지에서 물, 모레라도 묻으면 곤란해질 테니 가죽 소재의 빅백은 피하도록 하자.

다음으로 준비해야 할 아이템은 선글라스다. 뜨거운 태양빛에 반사된 모래사장은 한없이 눈부실 것이니 말이다. 이번 여행에는 좀 색다른 기분을 내기 위해 시즌 트렌드인 레트로 스타일의 렌즈가 큰 제품을 선택하는 건 어떨까. 특히 올 여름에는 렌즈가 하나로 이어진 고글형 선글라스가 더욱 트렌디한 형태로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으니 염두에 두자. 단 디자인을 고를 때 얼굴형에 맞게 선택해야 하는데 좀더 젊어 보이고 싶다고 무작정 트렌디한 스타일을 고집하는 건 오히려 어색해 보일 수 있으니 잘 선택하길 바란다. 선글라스와 함께 강한 태양으로부터 얼굴에 그늘을 만들어 피부를 보호해 주는 땀이 차지 않는 매시 소재 캡도 선보이고 있으니 좀더 둘러보도록 하자.

선글라스로 눈을 보호할 준비가 완료됐다면 다음은 정말 중요한 부분인 피부를 보호할 수 있는 아이템들을 챙겨봐야겠다. 내리쬐는 햇볕보다 백사장 모래에 반사된 자외선은 피부를 더욱 괴롭게 한다. 물에 들어가도 쉽게 지워지지 않고 보습효과 기능까지 누릴 수 있는 워터 프루프(방수) 타입이면 아주 좋다. 또한 강력한 자외선을 차단시켜 주는 동시에 촉촉한 상태를 유지시켜 주는 멀티 제품이 선보이고 있다. 에센스 타입의 자외선차단제부터 촉촉한 느낌의 모이스처라이저 타입 등 다양한 제품을 만나볼 수 있으니 꼼꼼히 확인한 후 본인의 피부에 적합한 제품으로 준비하자. 또한 낮볕에 달아오른 피부는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수영이나 태닝 후에는 반드시 피부를 알로에젤이나 감자 혹은 오이팩 등으로 진정시켜 줘야 한다. 이것이 귀찮다면 진정 효과가 탁월하고 여행시 갖고 다니기에도 수월한 시트 형태의 마스크팩을 권한다. 해외여행시 장시간 비행으로 건조한 피부에 수분을 공급하는 데도 탁월한 효과를 볼 수 있어 해외출장이 잦은 ‘비즈니스 피부미남’들이 선호하기도 한다.

시원한 휴가를 즐기는 데 수영은 빠질 수 없을 것이다. 올 여름에는 서퍼(Surfer·파도타기를 즐기는 사람)스타일의 팬츠를 시도해 보는 건 어떨까. 윈드서핑 등 해양스포츠가 대중화되면서 이 서퍼스타일은 올해 남성 수영복의 대세가 됐다. D&G, 디스퀘어드(Dsquared)2, Y-3에서부터 라코스테, 랄프로렌, 토미 힐피거까지…. 많은 브랜드들이 올 여름을 겨냥해 서퍼스타일의 다양한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 좀더 둘러봐야 될 건 상의를 입는 순간 캐주얼로도 연출할 수 있는 쇼트팬츠 스타일의 디자인들도 선보이는데 여기에 러닝톱이나 멋진 프린트가 가미된 셔츠나 티셔츠를 매치하면 금상첨화다. 더불어 준비해 둔 빅사이즈의 비치백을 어깨에 메고 섹시한 해변 위에 마린(Marine)가이로 연출해 보는 건 어떨까.

이뿐만 아니라 또 챙겨둬야 할 아이템은 휴양지에서 없어서는 안될 품목인 샌들이다. 휴가지에서조차 무거운 운동화를 고집하는 것은 두 발에 고역이 될 것이니 말이다. 이번 시즌에도 포멀한 디테일의 샌들부터 바닥에 독특한 프린트와 소재가 가미된 다양한 통(Thong·엄지발가락과 검지발가락 사이에 끼우는 샌들)스타일의 샌들이 선보이고 있다. 통스타일의 샌들을 고를 때 고려해야 할 사항을 짚어보자. 가죽 소재의 샌들은 물이 닿게 되면 금방 삭아버릴 수 있으며 통스타일의 샌들은 발가락이 고정되는 부분이 너무 얇으면 물집이 잡힐 수도 있으니 샌들을 고를 때는 스타일도 중요하지만 편안함과 튼튼함을 먼저 고려해야 될 것이다. 발이 건강해야 몸이 건강하다.

한편 휴가지에서 손목시계는 시간을 체크하기보다 액세서리의 개념으로 한몫을 단단히 하는 존재다. 노출에 가까운 복장에 눈에 띄는 악센트가 될 것이니 말이다. 이럴 때 평상시에 차고 다니는 점잖은 시계는 금물이다. 나이가 들어 보일 수 있으며 다른 사람의 휴가 무드까지도 반감시킬 수 있으니 말이다. 여름용으로 출시되는 시계는 한정돼 있다. 하지만 스틸밴드 부분이 실버뿐만 아니라 블랙으로 코팅돼 나오거나 베르사체처럼 세라믹으로 만들어진 독특한 스타일은 여름에 잘 어울린다. 가죽밴드를 선호한다면 러버(고무)밴드로 교체가 가능한 디자인인지 꼼꼼히 확인해 보고 바캉스 시계를 준비하자.

마지막으로 여름휴가의 하이라이트는 밤에 즐기는 모닥불 바비큐 파티일 것이다. 이럴 때는 파티의 기분을 한층 더 고조시키기 위해 샴페인도 좋지만 가격도 덜 부담되고 캐주얼한 스파클링 와인을 추천한다. 칼로리도 낮아 부담 없고 버블들이 입안에서 톡톡 터지며 기분을 업시켜 주니 일석이조 아닌가. 예컨대 여행지에서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쟈르데또’ 스파클링 와인의 경우 손안에 쏙 들어오는 200㎖ 보틀 사이즈도 있어 휴대가 간편하니 여행시 준비해 가기에도 부담스럽지 않다. 맥주는 다이어트의 적이니 올 여름 휴가에는 맥주캔 6팩보다 스파클링 와인 6병을 준비하는 센스. 가격도 크게 비싸지 않아 맥주와 큰 차이가 없다.

휴가는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환경에 자기자신을 던져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되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이런 소중한 시간을 더욱 멋지고 편하게, 그리고 세련되게 채워줄 수 있는 자신만의 아이템을 스스로 발굴해내고 업데이트하는 멋진 남성이 되자

아로마테라피로 불쾌한 장마 ‘굿바이’

요즘 같은 장마기간에는 불쾌지수도 높고 바이오리듬도 떨어지기 마련이다.

특히 감정적으로도 다운이 되기 십상이어서 남자들도 더러 우울해지기까지 한다. 이런 장마철 꿀꿀한 기분을 달래주기 위해서는 어떠한 방법들이 있을까? 물론 장마를 탈출해 멀리 해외로 여행을 떠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충고해 주고 싶지만 필자는 가장 손쉽고 저렴한 방법, 즉 누구나 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해 보고자 한다. 그 방법은 바로 ‘향’으로 기분을 전환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아로마테라피’라 해서 이미 국내에도 대중화된 듯하지만 혹시나 해서 다시 한 번 정리하자면 아로마(Aroma)는 그리스어인 향신료(Spice)에서 파생된 말로 일반적으로 향을 의미한다. 또 테라피(Therapy)는 치료의 개념을 가진 트리트먼트(Treatment)를 뜻한다. 즉 아로마테라피는 나무, 뿌리, 꽃, 잎 등의 에센셜오일을 이용해 몸과 마음에 긍정적 효과를 얻는 생활 치료법이다. 시중에는 이미 아로마 제품들이 많이 나와 있는데 이런 아로마향을 이용해 장마철 기분을 전환해 보는 것을 권하고 싶다.

가장 먼저 아로마 목욕법에 대해 소개해 보겠다. 아로마 목욕법은 우선 순수 에센셜오일을 욕조 물에 떨어뜨려 은은한 향이 돌게 한 다음 몸을 담그는 방법이다. 에센셜오일은 단순히 후각적인 즐거움을 넘어 성분이 피부를 통해 몸 안의 세포에 전달돼 온몸에 퍼지는 편안함을 만끽할 수 있다. 또한 피부질환에서 근육통까지 치료 도움도 뛰어나다.

아로마오일을 선택할 때는 특별히 원하는 치료 도움을 위한 향을 선택하거나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향을 택한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오일은 라벤더와 자스민이다. 상쾌한 라벤더는 자극받은 피부를 진정시키는 데 좋고 에센셜오일의 자스민은 건조하고 민감해진 피부의 균형을 회복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최근에는 소위 할리우드 유명배우들이 쓰는, 국내에서 구입하지 못하는 제품들을 해외구매 대행사이트에서 구입할 수 있는데 ‘캘리포니아 베이비’의 콜드앤드플루 배스드롭 에센셜오일은 호흡을 부드럽게 해주고 심신을 편안하게 해주는 동시에 충혈이나 코막힘 등에 효과가 있는 다기능 제품이다. 게다가 마사지나 목욕시 또는 가습기 등에도 사용할 수 있으니 그야말로 똑똑한 제품이 아닐 수 없다. 아베다 에센셜오일 ‘페퍼민트’ 같은 제품의 경우는 피부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감기, 두통, 호흡기 계통 트러블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피부 근육의 피로를 풀어주고 쿨링 작용도 있어 붓고 지친 다리나 발 마사지용으로 많이 사용된다. ‘더바디샵’에는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의 여러 에센셜오일이 있다. 욕조 물에 스위트오렌지 3방울, 라벤더 2방울, 일랑일랑 2방울, 베이스오일 10㎖를 넣으면 상큼한 오렌지향이 어우러져 기분을 북돋아 주고 활력이 필요할 때 안성맞춤이다.

또한 아로마 목욕의 효과를 배가시키는 방안으로 향을 피우는 것이 있다. 시중에는 이미 향뿐만 아니라 아로마 캔들도 많이 판매되고 있는데 어떤 것들은 매우 가격이 비싸 초 하나를 켜는 데 전기요금보다 더 나갈 만큼 귀한 초나 향도 존재한다. 하지만 중저가 향초도 많이 있으니 자신의 상황에 맞게 잘 선택해 보자.

집에서 간단히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소개하면 자연주의 화장품으로 유명한 ‘록시땅’ 라벤더 캔들은 실내의 불쾌한 냄새를 제거할 뿐만 아니라 심신의 안정과 긴장을 해소시키며 방충효과도 있는 향초다. 혹은 아로마 전문숍에서 팔고 있는 램프를 이용해 그때그때의 상태에 맞춰 자신만의 기호로 향기를 만들어 주는 것도 방법이다. 아로마 제품으로 스파에서만 받을 수 있는 온천욕의 힐링 효과와 숍에서 받는 테라피의 특별함을 저렴한 가격으로 집에서 만끽할 수 있는 당신은 비싼 돈을 주며 전문 스파살롱을 다니는 그 어느 누구도 부러워할 필요가 없게 될 것이다. 혹자는 무슨 남자가 초 켜고 향기 나는 목욕을 하느냐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지도 모르겠으나 남자도 감정이 있는 인간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여자도 우울해지지만 남자도 우울해진다. 자신들의 감정을 잘 관리하지 못하면 우울증이 생기게 되며 누적된 스트레스로 일의 효율도 오르지 않을뿐더러 다른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도 없다.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스마일 어게인>에서도 이동건이 향기를 만드는 조향사로 나왔는데 드라마도 요즘의 트렌드를 반영하는지라 직업 또한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를 그리기 마련이다. 그만큼 향에 관해 사람들의 관심이 많아졌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남자가 향기 나는 목욕을 꿈꾸는 것은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아무튼 장마철의 꿀꿀한 기분은 아로마 목욕으로 조금은 날려버린다 해도 높은 습기로 인해 몸 전체 피부가 끈적거리는 건 어떻게 할 것인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살이 닿는 것만으로도 눈살을 찌푸리는 경험을 누구나 해봤을 것이다. 그럼 여기서 장마철 보송보송한 피부를 유지하려는 방안을 이제 알아보자.

샤워 후에 보디미스트나 보디로션으로 수분을 보충해줘야 하는데 좀더 깔끔한 마무리를 원한다면 보디파우더를 묻혀 겨드랑이 안쪽이나 뒷무릎 등 땀이 잘 나는 곳에 두드리듯 발라주는 것이 방법이다. 더바디샵 등 자연주의 제품 브랜드에는 망고(Mango), 포도(Grape Seed), 파파야(Papaya), 귤이나 감류인 사추마(Satsuma), 딸기(Strawberry), 올리브(Olive) 등 여러 라인의 보디제품이 있어 그야말로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망고라인을 적극 추천하는데 샤워할 때 코끝으로 스치는 망고향이 우울한 기분마저 날려버리기 때문이다. 이 망고라인의 샤워 후 뿌려주는 드라이 오일 미스트는 흡수가 빠르고 가벼운 오일스프레이 타입이어서 프레시함을 추구하는 이들에게 제격이다. 게다가 망고 보디스크럽에는 브라질 남부 ‘카파네마 파머스’로부터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통해 공급받은 유기농 콩오일이 함유돼 있다. 카파네마 파머스는 이 소득으로 콩 농사에 필요한 교육과 보건교육을 실시해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고 하니 제품을 쓰면서 좋은 일까지 하게 되는 셈이다.

대한민국에 사는 한 매년 여름 장마철을 겪어야만 한다. 하지만 매년 우울한 기분을 동반하며 찾아오는 찝찝한 장마를 그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 아무 준비 없이 장마로 인해 발생되는 여러 짜증나는 요인들로 불평하기보다 필자가 제시한 방법들을 사용해 본다면 오히려 꿀꿀한 기분을 전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장마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날이나 바이오리듬이 떨어지는 날이면 필자가 제안하는 보디 리프레시 목욕과 관리를 한번 시도해보자. 우리가 이제껏 그냥 지나쳤던 향이 의외로 심신에 긍정적 역할을 하는 것을 느낄 것이다.

‘아로마테라피’ 하면 왠지 거창한 듯 들리지만 어릴 적 어머니의 그리운 냄새를 기억해 본다면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자신이 가장 편한 기분이 들게 해주는 냄새, 향을 가까이 한다면 정서적으로 매우 도움이 된다. 자신에게 맞는 향을 찾아내 마음의 평온을 찾아내는 일은 일상에 생기를 부여할 것이다. 겉모습에만 치우치는 요즘 시대에 겉모습뿐 아니라 내면을 다룰 줄 아는 향기 나는 남자가 된다면 진정한 로맨스를 여자에게 선사할 수 있을 것이다

‘전천후 융통성’ 있어야 진짜 멋쟁이

남자들은 확실히 패션뷰티보다 자동차나 섹스를 더 좋아한다. 사실이다. 하지만 요즘은 이 차나 섹스를 더 멋지게 영위하기 위해서라도 남자들도 좋은 취향과 패션 경향을 줄줄 꿰고 있어야만 원하는 바를 성취할 수 있는 시대다. 자동차업계 또한 점점 패션계와의 접목을 통해 성능을 이야기하기 전에 스타일을 이야기하며 이미지를 먼저 어필하고자 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몇 년 전 세계적 디자이너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메르세데스벤츠와 손잡고 디자인 한 컨셉카 ‘CLK’로 주목을 받아 보수적이기만 한 이미지를 탈피했으며 영국을 대표하는 폴 스미스는 특유의 스트라이프 디자인을 자동차 ‘미니’에 접목시켜 ‘미니’라는 차를 새롭게, 그리고 예술성 있게 변신시켰다.

얼마 전 필자가 방문한 네덜란드 프리미엄 데님 브랜드 지 스타(G-star raw) 암스테르담 본사에서도 이처럼 브랜드를 컨셉화한 SUV를 만난 바 있다. 랜드로버의 리미티드 에디션인 디펜더110(defender 110)을 지 스타의 브랜드명을 딴 ‘로 디펜더’(raw defender)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로 디펜더는 최상의 SUV에 지 스타 브랜드에서 느낄 수 있는 ‘RAW’의 미학적 요소가 주변을 장식하고 있었다.

사실 SUV의 강인함과 성실함은 다른 어느 차종보다도 진돗개 같은 한국남성들과 잘 어울린다. 단 주차공간의 어려움을 제외한다면. 특히 얼마 전 출시된 아우디의 SUV Q7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80년 제네바모터쇼에 최초로 사륜구동, 즉 ‘콰트로’ 개념을 업계 최초로 선보인 아우디가 26년 동안이나 서두르지 않고 준비해 만든 셈이어서 완벽에 가까운 진정한 사륜구동 SUV로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다. 새로운 개념과 오리지널 개념의 SUV를 동시에 정의하며 전세계 남성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있다는데 왜 그럴까?

세상에 없던 새로운 세그먼트의 차가 출시된 것도 아닌데 말이다. 필자의 눈에는 이 차가 다른 차들과는 달리(혹은 다른 SUV와는 달리) 어떤 특정 브랜드를 통해서 이미지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차 그 자체로도 충분히 매우 다양하게 그 이미지를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짐작된다. 그럼 Q7의 스타일을 짚으며 트렌드 경향을 유추하기 전에 일단 SUV를 좀더 폭넓게 스타일과 함께 이해해 보자.

우선 SUV란 ‘Sports Utility Vehicle’이라는 뜻으로 ‘스포츠 (혹은 레저) 용도의 탈것’이라는 정의를 담고 있는 자동차다. 초창기 험하디험한 오프로드(off road)를 달리기 위해 고안된 이 차의 출현은 전세계 남성들을 마치 군인 같은 밀리터리룩이나 아니면 와일드한 작업복 스타일로 만들어 버렸다. 혹은 그 반대로 그러한 남성들의 트렌드를 반영해 남성들의 최고의 액세서리이자 장난감인 자동차를 그렇게 개발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아무튼 이러한 SUV의 초기 개념은 70~80년대 각광받던 마초의 남성 이미지와도 흡사하다. 하지만 이제 이 아우디 Q7의 출현은 마치 SUV를 ‘Sports’ 대신 ‘Style’을 넣어 ‘Style Utility Vehicle’이라고 다시 정의해도 좋을 만큼 그 ‘외모’가 출중하다. 이뿐 아니라 이 차가 제시하는 라이프스타일이나 패션스타일을 상상해 보면 현재의 잘나가는 남성들의 럭셔리함과 강하면서도 유연한, 그리고 온타임과 오프타임을 다 수용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의 느낌을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자동차를 패션만큼 잘 이해하고 있지 못한 필자는 이 칼럼을 자동차 성능의 우수성 비교 대신 다양한 SUV들의 진화과정을 통해 현재 남성들이 이상적으로 갖춰야 하는 스타일을 숨은 그림 찾듯 하나씩 알려주고자 한다. 필자는 이것이 차를 패션보다 더 본능적으로 쉽게 이해하는 남성들에게 스타일을 가르쳐 줄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믿는다.

물론 Q7이 나오기 전에도 도시형 SUV는 이미 존재했다. 혼다 CR-V나 포드의 이스케이프, 현대 싼타페 등이 그 주인공들인데 그전까지는 그 누구도 슈트를 입고 타는 SUV를 쉽게 상상하지 못했다. 이들은 오프타임이나 오프로드로의 변신이 조금은 버거울 듯하며 SUV 자체로 본다면 강인한 남성적 면이 중성화된 느낌이라 뭔가 2% 부족한 ‘메트로섹슈얼’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어쩌면 오히려 여성들이 중성적 느낌으로 타는 편이 훨씬 멋스러울 듯하다.

반대로 터프가이들을 위한 본격적인 오프로드형 SUV로는 랜드로버의 디스커버리3, 크라이슬러의 체로키, 닷지의 다코타 등이 있는데 이들은 오히려 현재의 이상적 남성상을 기준으로 볼 때는 스타일이 좀 한쪽으로 치우쳐 있음이 분명하다. 그야말로 ‘위크엔드 카’ 개념 이외에 일반 회사를 다니는 남성들이 출근하기 위해 이 차를 운전하기는 조금 힘들 듯하며 너무 정형화된 남성적 이미지는 어찌 보면 이 시대가 요구하는 남성상과는 좀 거리가 있는 듯하다.

그렇다면 이 두 가지를 다 만족시켜 주는 우리의 ‘짬짜면’ 같은 SUV는 무엇일까. 바로 고급형 SUV로의 진화이다. BMW X5가 바로 그 대표일 것인데 BMW 레이블을 마치 패션에서의 루이비통이나 에르메스 브랜드의 카리스마처럼 부각시키면서 기존의 세단들의 고급스러움에 활동성과 기능성을 절묘하게 매치시킨 새로운 개념의 SUV가 X5다. 반면 포르쉐의 카이엔은 스포츠카와 SUV를 접목시켜 SUV의 느낌을 패션브랜드, 프라다 스포츠라인과도 같이 좀더 가벼우면서도 세련되게 풀어냈다. 올 초의 새로운 모델인 메르세데스의 M클래스 역시 럭셔리를 지향하는 대표 SUV로서 이 시대 위버 섹슈얼의 감성을 자극시키면서 랄프 로렌의 폴로의 자연스러움을 옮겨놓은 듯한 SUV의 탄생이라 할 수 있겠다.

다시 아우디 Q7으로 돌아와서 필자에게는 Q7이 마치 마지막 이 시대 SUV의 완성과도 같은 느낌이다. Q7은 어떤 특정 브랜드에도 국한되지 않으며 카멜레온처럼 앞서 언급된 모든 브랜드로의 변신이 가능해 보인다. 그야말로 ‘에브리데이 뉴 카’(Everyday, New Car)라는 컨셉이다. 이것이 바로 이 시대 남성들이 배워야 하는, 아니면 이미 잘나가는 남성들이 갖고 있는 라이프스타일의 반영이다.

실제로 이를 직접 패션과 비교해 설명해 보면 최근 남성들의 패션은 포멀과 캐주얼이 완전히 이분화되는 경향보다 포멀에서 캐주얼 감각을 찾는 변형이 많이 시도된 바 있다. DKNY처럼 울이 아닌 면소재의 턱시도에 데님셔츠를 매치시킨다든가, 멋진 제냐의 슈트에 토즈의 드라이빙 슈즈를 코디해 신는다든가 하는 패션스타일링 컨셉의 퓨전화가 대세다. 필자도 꾸준히 이 칼럼을 통해서 그동안 이렇게 입어라 저렇게 입어라 해 온 터이지만 항상 핵심은 얄궂게도 ‘그때그때 달라요’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는 한 가지 정형화된 스타일보다 자신의 다양한 변신 혹은 타인의 다양한 변신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태도가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다. 일종의 남성 패션 장르의 퓨전화 현상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지금까지 이야기해 온 SUV의 진보에서도 그 퓨전화 현상을 함께 볼 수 있었다.

그러나 필자가 감히 ‘가장 완성에 가까운 SUV’라고 주장하는 아우디 Q7에서도 고스란히 지켜지고 있는 핵심은 바로 SUV 자체의 성실한 강인함과 진흙탕에 굴러도 퇴색되지 않는 고급스러움이다. 남성의 패션에서도 마찬가지로 지켜야 할 가장 큰 핵심이 바로 ‘남성은 어떻게 입든 남성다워야 한다’는 점과 어떻게 입어도 ‘천박하지 않고 고급스러워야 한다’는 점이다.

여성스럽게 입어도 남성다운 섹시함을 지킬 수 있는 완벽한 몸을 갖고 있는 가수 비가 아니라면, 천박하게 입어도 섹시할 수 있는 배우 브래드 피트가 아니라면 당신은 남성다움을 지키는 패션을 교과서처럼 고수해야만 한다. 하지만 역시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SUV가 갖고 있는 전천후적 융통성을 내면에 반영시켜야 한다는 명제다. 성격적으로 이런 거 저런 거 다 수용할 줄 아는 남성다운 아량과 여유, 힘차게 밀어붙일 줄 아는 남성의 강인함과 추진력, 끊임없이 변신할 줄 아는 융통성과 썰렁할 듯 말 듯한 유머. 이것이 바로 이 시대가 요구하는 ‘SUV패션’이며 ‘SUV남성’이 아닐까? 물론 이때의 ‘S’는 ‘Sports’가 아닌 ‘Style’을 의미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여자친구 옷장에서 아이디어를 훔쳐라!

본능적으로 남자는 여자를 본다. 역시 남자의 최대 관심사는 여자임이 분명하다. 길에서, 상점에서, 차 안에서도 말이다. 임자가 있는 남자건 임자가 없는 남자건 남자의 시선은 언제나 여자를 본능적으로 향한다.

이제 남성들이 이러한 본능적인 시선을 여자의 하드웨어(?)만이 아닌 소프트웨어에도 좀더 눈을 돌려야 할 때가 아닐까 싶다. 즉 여자친구의 옷장 속에서 스타일링의 아이디어를 얻자는 것이다.

여자친구의 옷장 속 구석구석에 숨어 있는 아이템들을 참고로 하여 남성 자신만의 패션으로 재해석하고 재탄생시켜 보면 의외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단 한 가지 중요한 팁은 지난 칼럼에서도 언급했듯이 완벽한 몸이 받쳐주지 않는다면 여자의 물건에 손을 대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아이디어를 얻되 그대로 여자의 물건으로 치장하는 것은 ‘꼴불견’임을 기억하자.

사실 남들보다 좀더 특별하게 스타일리시하게 멋을 내고 싶은 남성들이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여성의 경우에 비해 아직도 많이 부족한 편이다. 여성 패션잡지에 비하면 남성 패션잡지수는 턱없이 부족하며 다양성도 떨어진다. 가까운 일본만 해도 슈트 잡지, 캐주얼 잡지, 연령별 잡지 등으로 세분화돼 있으나 우리에게는 아직도 변변한 슈트 잡지 하나 발행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의 현실이 이러하니 패션에 대한 정보도 대부분 여성에게 맞춰져 있다. 필자는 패션 트렌드를 살필 때 남성복 컬렉션을 먼저 리뷰한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남성복은 여성복의 컬렉션 스케줄보다 몇 주 앞서서 열리며 덜 다양한 대신에 트렌드가 더욱 확실하고도 집약적으로 담겨 있어 분석하기가 매우 수월하다. 이것을 실생활에서 역으로 적용하면 여성복을 보면서 남성복의 아이디어를 얻는 것도 무리는 아닌 듯싶다.

우선 여자친구의 옷장 속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의류들을 들여다보자. 의류들도 마찬가지로 여성들의 옷장과 남성들의 옷장은 한눈에 봐도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성들의 옷장에는 다양한 디자인과 각양각색의 의상들이 가득 차 있다. 이와 반대로 남성들의 옷장에는 디자인이나 컬러들이 비슷비슷한 옷들뿐이다. 남성들도 이제 과감한 디자인, 지금까지 입어 보지 않았던 옷들에 도전해 보자. 요즘 남성의류 매장들의 쇼윈도를 들여다보면 정말이지 다양한 디자인의 의류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얼핏 보면 남성복인지 여성복인지 의심스러울 정도의 옷들도 많이 선보이고 있다.

예를 들면 최근 들어 가장 눈에 띄었던 의상 중에 하나인 슬리브리스(민소매) 셔츠가 있다. 기존 여성의류에서는 슬리브리스 톱이나 셔츠는 많이 볼 수 있었지만 최근에 남성들의 의상에서도 슬리브리스 셔츠가 각 브랜드마다 출시되고 있다. 그리고 예전에는 여성들이 많이 입었던 카디건도 남성들의 필수 아이템이 될 정도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한정돼 있던 컬러나 소재에서도 제약 없이 다양해지고 많이 패셔너블하다. 깊게 파인 브이넥 니트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남성들에게 카디건이라는 옷은 간절기에 멋을 가장 잘 표현해 주는 아이템으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남자들이 절대 입지 않았던 스타일인 주름을 잡아 봉제한 턱시도 스타일의 와이셔츠, 허리라인이 강조된 재킷, 그리고 소품으로는 목에 가볍게 두를 수 있는 프티스카프 등 처음에는 여성들이 즐기기만 했던 옷들과 소품들이 남성들에게 맞게 디자인돼 재해석되고 있는 것이 올 가을의 대세다.

요즘 또 하나의 트렌드인 빅백, 할리우드 유명 여배우들부터 우리나라 여성들 사이에서도 큰 유행을 몰고 온 모터백이나 버킨백과 같은 빅백 패션은 더 이상 여성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요즘 길거리에서 젊은 남성들의 빅백이나 토트백의 유행은 여성들만의 유행 때보다 가방의 형태나 소재, 그리고 색상들까지 한 차원 높은 수준의 스트리트 패션으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트렌드이기도 하지만 진정한 가방의 실용성을 활용하는 자가 진정한 트렌드 세터가 아닐까. 이제 남성 빅백은 하나의 유행이 아닌 머스트 해브(Must-Have) 아이템으로 정착해 명품 브랜드나 기타 남성 브랜드에서도 빅백들이 시즌 때마다 빠지지 않고 선보인다. 란스미어에서도 트렌드에 발맞춰 가을 시즌 빅백을 선보이고 있는데 무엇보다도 고급스러운 가죽과 다크브라운 색상과 화사하고 밝은 느낌의 레드 두 가지 컬러가 출시됐다. 특히 눈여겨봐야 할 것은 디자인이다. 여성들이 환호하고 가장 좋아했던 버킨백 디자인을 남성에게 맞춰 더 크고 시원한 디테일로 재해석했다는 점. 남성들이 들어도 멋스럽게 연출할 수 있는 아이템 중 하나다. 필자도 빅백을 자주 들고 다니는데 정말 편안하고 캐주얼 차림이나 혹은 정장스타일, 어떠한 옷차림에도 스타일리시하고 멋지게 연출할 수 있는 아이템 중 하나라고 적극 추천한다.

마지막으로 남성들의 가장 기본 액세서리인 시계 패션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80~90년대의 시계 하면 어떤 디자인의 시계가 떠오르는가. 필자는 블랙 가죽 밴드에 골드 원형 프레임의 시계 또는 실버 메탈 시계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이러한 고정관념은 빨리 버릴수록 우리에게 득이 되지 않을까 싶다. 요즘 쏟아져 나오는 남성 시계들을 보면 여성 패션잡지에서나 많이 보았을 법한 컬러와 디자인이 남성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여성들이 좋아하고 또 하나쯤은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을 법한 스타일로, D&G의 시계 다이얼판이 크리스털 다이얼로 돼 있는 글로리아 라인 시계 아이템이 트렌드 세터들 사이에서는 인기다. 이 시계는 특히 남녀 구분 없이 유니섹스로 출시돼 남녀의 경계가 허물어진 상태인데 여자가 차도 남자가 차도 모두 잘 어울리는 멋진 디자인을 갖고 있다. 엠포리오 아르마니 시계는 블랙 가죽 줄에서 탈피해 강렬한 레드, 오렌지, 옐로, 화이트 밴드 등 여러가지 컬러들의 멋진 시계들을 볼 수 있다. 이들 시계는 최근 연예인들이 많이 착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일부 색상은 품절이라고 한다. 이러한 시계들은 얼핏 보면 여자친구의 서랍장에서 꺼내 착용한 것 같은 느낌의 남성용 시계지만 남성다운 디자인 디테일도 간직하고 있어 남성 소비자들, 특히 보수적인 한국 남성들에게 어필할 만하다.

요즘 길거리를 걷다 보면 화려한 액세서리, 커다란 토드백, 몸의 실루엣이 훤히 들어나는 옷을 스스럼없이 입고 다니는 남자들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이러한 풍경은 예전에는 여성들에게서만 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남성들도 여성들만의 패션을 거리낌 없이 받아들이고 있는 추세다. 여자친구의 옷장에서 여자들만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던 아이템과 스타일, 그리고 멋의 옵션들을 훔쳐 남성의 것으로 변화시키는 기술은 참으로 흥미로운 일이다. 여자친구 옷장에는 의류, 액세서리, 소품 등 무궁무진한 아이템들이 있으며 재미로 꽉 찬 공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여성의 옷장을 이해하면 여성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으며 더 사랑받을 수도 있다. 남성들에게는 너무나 어려운 패션잡지를 이해하는 것보다 여성의 옷장을 통해 아이디어를 얻는 편이 어찌 보면 더욱 재미있는 연출과 감각적인 나만의 패션스타일을 공부할 수 있는 공간으로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남자만의 호사품 ‘시가와 셰이빙폼’

모 냉장고 TV광고의 카피가 몇 년째 ‘여자라서 행복해요’인 것을 보면 확실히 요즘은 여성들이 인생을 즐길 줄 아는 지혜를 갖고 있다. 지금의 한국여성들은 확실히 한국남성들보다 세련됐으며 할리우드 패션을 이해하며 케이블TV도 즐길 줄 안다. 적어도 잡지 같은 매체를 통해서 올 가을 무슨 색을 입어야 촌스럽지 않다는 사실쯤은 대부분 정확히 알고 있다. 반면 한국남성들은 일에 지쳐, 사람에 지쳐, 그리고 돌볼 가족에 지쳐 자기를 즐기는 이들이 여성들에 비해 적은 듯하다. 그리고 문화적 배경 때문인지, 사회적 분위기 때문인지 소극적으로 멋을 낸다. 그래서 남자들만이 즐길 수 있는 생활 속의 소소한 즐거움이 겨우 소주 한잔 또는 사우나 정도다. 남녀 생활 놀이 문화의 판도, 적어도 ‘멋내기’ 면에서는 남자들의 KO패다. 어찌 만회를 해야 할지….

누구나 자기가 갖지 못하는, 자기가 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동경이나 허영이 내면 깊은 곳에 있기 마련이다. 남자들도 예외일 수는 없다. 돈이 없는 사람들은 자기가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부를 동경하며 뚱뚱한 이들은 멋진 몸매를 가진 이들에 대해 그런 마음을 갖기도 하며 남성은 여성에게 반대로 여성은 남성에게 근사한 판타지를 아주 많이 갖고 있다. 남자는 많은 시간을 투자한 여자의 메이크업을 보며 그것이 얼마나 많은 과정을 거쳐 얻은 결과인지 결코 예상치 못한다. 완벽하게 꾸며진 여자를 보면서 집에서도 그녀가 완벽한 모양새를 갖추고 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는 경향이 있으며,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알고 있어도 절대 그럴 리 없을 것이라 믿고 싶은 마음이 더욱 강하다. 다소 변태적으로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필자의 지인 중 어떤 이는 여자의 스타킹에 대해 굉장한 환상을 갖고 있는데 본인에게는 스타킹이란 아이템이 너무나도 섹시하다는 것이다. 본인이 하지 못하기에 더욱 여자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 아닌 특권에 그는 열광하고 있는 듯하다. 심지어 어렸을 때 누나 몰래 스타킹을 신어보기까지 했다고 엽기적인 고백을 하기도 했다. 이렇듯 여자들만의 호사에 대해 남자들은 환상을 품고 있는데 과연 여자들도 부러워할 만한 남자들만이 누릴 수 있는 호사란 이 시대에 존재하기라도 하는 것일까.

‘삶의 질은 돈 아닌 아이디어’에서

필자는 돈이 아주 많이 드는 쪽보다 ‘이미지 가치’가 더 높은, 그러면서도 주머니 부담이 덜한 남자만의 호사에 대해 어렵사리 몇가지를 생각해 내는 데 성공했다. 먼저 어린 시절 어떤 영화에서 갱으로 나오는 남자배우가 시가를 피우는 장면을 보면서 시가에 대한 남성적인 환상을 갖기 시작한 필자는 고독한 눈빛으로 연기를 내뿜는 그 모습이야말로 남자만이 즐길 수 있는 일종의 행위라 믿게 됐다. 그래서 ‘시가’를 남자만의 제일의 호사로 제안하고 싶다. 몇 년 전 쿠바에 촬영차 간 적이 있었는데 그곳에서는 시가가 생활화돼 있어서 시가를 피우는 것에 대해서는 물론 시가를 피우는 여유와 사색의 순간을 배우게 됐으며 이 순간의 유희를 남자들이 즐겨보라고 말하고 싶다. 참고로 필자는 비흡연자이나 시가는 가끔 즐긴다. 시가는 입담배식으로 겉으로만 피우는 것이기에 가능한 일이며 디저트 전후해 남자들만의 시간을 갖기에 아주 훌륭하고도 세련된 구실을 하기 때문이다. 특히 시가는 단순히 담배를 피우는 것과는 달리 보관부터 정성스럽게 온도와 습도를 맞춰야 하며 커팅도 정갈히 해야 하고 불 또한 제대로 쉽지 않게 붙여야만 하는 까다로운 격식도 필요하니 그 과정이 꽤 멋스럽다. 시가를 피우면서 가장 유의할 점은 필터담배를 피우듯이 급히 피우지 말 것이며 연기를 들이마시지 않는 것이다. 입술을 동그랗게 하고 입 안 가득히 시가의 연기를 빨아들여 혀로 담배의 맛을 느끼고 향기를 즐겨야 한다. 보통 시가를 3분의 2 정도 태우면 연기가 뜨거워지면서 맛이 너무 강해져 거칠고 불쾌하게 느껴지기 시작하는데 이때 일부러 비벼 끄지 말고 가만히 재떨이에 올려놓고 저절로 불이 꺼지기를 기다린다. 시가의 종류는 와인처럼 매우 방대하다. 일일이 기억하기 어려우나 ‘와인 하면 프랑스’식으로 시가 하면 쿠바산이 가장 유명하다. 하지만 쿠바의 하바나 시가 브랜드만 해도 36가지가 넘으며 100가지가 넘는 모양과 사이즈가 존재한다. 시가의 길이는 시간 또는 분위기를 선별하는 기준이 되며 두툼한 굵기는 더욱 강한 시가를 의미한다. 독자들의 선택을 돕기 위해 굳이 특정 브랜드를 추천하면 하바나 시가의 대명사 ‘로미오 이 줄리에타’, 최근 지노 다비도프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한정판 시가를 내놓은 바 있어 흥미로운 ‘다비도프’, 맛과 향의 조화가 뛰어나 마니아들이 좋아하는 ‘몬테크리스토’ 등을 추천하고 싶다. 하지만 초보자들에게는 사이즈가 작은 미니 시가를 브랜드에 상관없이 권하고 싶다.

시가 외에 남자들만이 누릴 수 있는 일상 속의 특별함은 또 무엇이 있을까. 여자는 못하는데 남자만 하는 것, 바로 면도다. 필자는 아는 여동생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는 도중 이에 대한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녀는 외모와 상관없이 남자들의 면도 행위 자체가 마음을 설레게 한다는 것이었다. 앞서 언급한 스타킹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는 남성처럼 그녀도 다른 성(性)에 대한 센슈얼한 환상을 갖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매번 번거롭고 더러 고통스럽기도 하며 심지어 위험하기 짝이 없는 면도의 아픈 이면을 과연 알고 있는 것일까. 아마도 면도는 여성이 화장하는 수고와도 맞먹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남성들의 면도에 대한 멋진 판타지를 깨지 않기 위해서 이제부터 멋진 그루밍(남성의 외모관리를 일컫는 말)에 대한 몇가지 정보를 주고자 한다.

대다수 남성의 경우 시간에 쫓겨 전기면도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가끔은 숙련된 전문가가 해주는 것처럼 부드러운 솔에 셰이빙크림을 듬뿍 묻혀 수동면도를 하는 호사를 떨어보는 것은 어떨까. 필자는 어릴 적 할아버지가 항상 정성스럽게 면도 준비를 하시는 것을 보며 어른들만의 성스러운 고유영역에 나는 언제나 끼어들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하곤 했다. 수동면도의 이점은 면도기가 피부와 밀착이 잘돼 깨끗하게 면도를 할 수 있다는 것인데 주의할 것은 반드시 털이 난 방향을 거슬러서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저항력이 커져 각질층이 깎여 나갈 수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수동면도를 할 때는 절대로 비누거품을 사용해서는 안된다. 비누거품을 사용하게 되면 면도날이 미끄러져 상처가 나기 쉽고 면도 후 피부가 건조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습성분과 윤활성분이 충분히 포함돼 있는 셰이빙폼을 사용해야 피부보호는 물론 면도를 보다 쉽게 할 수 있다.

필자는 뷰티제품에 특히 관심이 많아 그간 다양한 셰이빙 제품들을 사용해 봤다. 그중에서 셰이빙크림을 몇가지 추천하니 필요에 맞게 취사선택해 경험해 보길 권한다. 필자가 가장 선호하는 그루밍 제품 중 하나가 바로 키엘의 ‘얼티밋 브러시리스(Ultimate Brushless) 셰이브 크림’인데 오랫동안 베스트셀러로 많은 남성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제품이다. 유달리 민감한 피부의 필자도 이 제품은 안심하고 사용하는데 면도 후에도 피부를 부드럽고 편안하게 해주는 점에서 이 제품을 최고로 꼽고 싶다. 더바디샵에서도 비타민 성분이 풍부하게 함유돼 보습효과는 물론 편안하고 자극 없는 면도를 도와주는 셰이빙크림을 선보이고 있다. 더바디샵의 ‘포 맨 쉐이브 크림’은 훌륭한 품질에 저렴한 가격까지 더해져 셰이빙크림을 처음 접하는 남성들에게 특히 추천하는 바이다. 크리니크의 ‘SSFM 크림’은 면도 전 수염을 부드럽게 만들고 면도날에 베일 위험을 줄여줘 민감한 피부에도 적합하다. 특히 면도 전에 무언가를 한다는 점에서 남성 그루밍의 새로운 시각을 반영한 제품인 것 같아 이 점이 필자의 흥미를 끌었다.

시가와 셰이빙크림, 이렇게 상반된(하나는 몸에 좋고 다른 하나는 몸에 적당히 나쁜) 두 가지 아이템을 남자들만의 호사로(부담스럽지 않은 금액이라는 단서하에) 등장시키고 보니 좀더 지면이 할애되고 시간이 더 허락된다면 10가지 정도는 더 찾아 정보를 줄 수도 있을 듯하다. 하루에 자기에게 30분만 투자해서 눈을 크게 뜬다면 자신을 기쁘게 해줄, 그래서 남자를 더욱 멋지게 해줄 방법들이 즐비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삶의 질이 달라질 것이다. 자 그럼 이제부터 남자들만이 누릴 수 있는 호사 찾기에 적극 동참해 보시길!

스니커즈로 멋내기

절제된 심플함’ 돋보이는 패션코드


‘스니커즈’란 살금살금 걷는 사람이라는 스니커(sneaker)에서 비롯돼 붙여진 이름으로 신발의 밑창이 고무로 된 운동화를 말한다. 현재 패션에서의 스니커즈는 운동화라는 의미보다 유행의 최첨단 아이템으로 대접받고 있다. 스니커즈는 검정 구두, 흰색 운동화만 신어왔던 재미없고 매력적이지 못한 한국남성의 패션을 매우 쉽게 바꿔줄 수 있는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다.

며칠 전 미팅을 마치고 사무실로 이동하던 중 길가에 서 있는 한 남자를 보게 됐다. 그는 일반 한국남성 몸매에서는 보기 드문 쭉쭉 뻗은 팔다리에 작고 기가 막히게 잘 생긴 얼굴을 한 그야말로 ‘꽃미남’(우리 남자들의 경계 대상)이었다. 첨단 유행 의상을 걸친 그는 단지 실루엣으로 100m 밖에서도 금방 눈에 띌 만큼 멋있었다. 하지만 그를 죽 훑어보고는 ‘아차’ 했다. 그의 신발 선택이 너무도 아쉬웠기에….

1990년대 초에나 신었을 법한 앞코가 넓적한 투박한 그의 검정 구두는 필자를 좌절시키는 동시에 왠지 위안이 됐다. 그리고 그의 뒤쪽에 떡하니 자리잡고 있는 아디다스 매장으로 데리고 가 얼른 아디다스 슈퍼스타 스니커즈를 한 켤레 권하고픈 마음이 간절했다.

당신의 패션스타일과 성격에 어울리는 스니커즈는 당신이 지금 입고 있는 옷과 당신 자체를 더욱 빛나게 할 수 있다.

수많은 종류의 스니커즈 가운데 자신의 성격과 이미지에 부합되는 스니커즈 브랜드를 찾거나 상황에 맞게 여러 스니커즈 브랜드를 자유자재로 매치시키는 것은 분명 신나는 일이다. 특히 액티브한 남성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80년대 말 패션코드의 중요한 아이템의 하나로 등장한 스니커즈는 90년대의 미니멀리즘을 지나며 더욱 세련되게 진화했으며 수많은 스니커즈 브랜드와 스타일링 방법을 양산시켰다. 하지만 항상 변하지 않는 스니커즈의 패션코드는 바로 절제된 심플함에 있다.

예를 들어 아디다스는 산뜻하고 스포티한 3개의 선이 돋보이는 심플한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심플한 디자인은 아디다스가 스포츠웨어 브랜드뿐 아니라 패션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브랜드로 자리잡게 했다.

아디다스는 예전에 사용하던 특유의 새싹 모양 로고를 다시 쓰면서 아디다스의 클래식함을 모던화시키고 있다. 빈티지 운동화의 디자인을 살리고 다양한 컬러를 매치시켜 어떤 브랜드도 따라할 수 없는 아디다스만의 특유 라인을 선보이고 도시적 클래식함은 어떤 옷에도 눈에 거슬리지 않는 스니커즈로 컴백했다. 단 이것을 복고풍이라 생각하면 안된다.

이것은 엄연한 디자인 혁신이며 아디다스는 더 이상 운동화가 아닌 스니커즈의 한 문화현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제 운동화는 문화가 됐으며 사회적인 현상이 됐다. 세계적 축구선수 데이비드 베컴은 푸른 잔디에서 축구를 할 때가 가장 멋있고 빛나지만 그의 스타일은 그가 운동선수로만 남기에 너무나 패셔너블하다. 빨간 티셔츠에 구제 청바지를 입고 아디다스의 빨간 삼선 운동화를 신은 베컴의 패션은 어디서 얼마에 샀는지 달려가 물어보고 싶을 정도로 멋있다. 베컴의 뛰어난 외모와 패션감각은 잘 입기를 갈망하는 당신의 마지막 도착점이 될 것이다.


전세계인이 사랑하는 미국배우 톰 크루즈도 베컴의 아다디스 스니커즈 이미지처럼 나이키와 닮은 점이 있는 듯하다. 둘 다 너무나도 미국적이라는 것, 그리고 잘생겼다는 것이 그렇다. 영화 <미션임파서블>에서 크루즈는 티셔츠에 청바지와 스니커즈를 신고 끊임없이 달린다. 영화도, 그도, 그의 스타일에서도 자유분방한 미국의 감성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언젠가 할리우드 파파라치 컷에서 뉴욕 양키스 캡을 쓰고 빈티지진에 내추럴한 나이키 스니커즈를 신은 그를 본 적이 있다.

테이크아웃 커피를 들고 편안한 차림으로 나타난 그는 시상식의 레드카펫에서 보여준 화려하고 딱 떨어지는 슈트를 입었을 때보다 더 매력적이고 세련돼 보였다. 이날 그의 나이키 운동화에서는 성공한 남자의 여유로움이 느껴졌고 그의 자연스러운 멋과 건강한 모습은 영화에서보다 더 빛났다.

만약 당신의 인생에 미션임파서블이 존재해 힘겨워하고 있다면 구두를 잠시 벗어두고 가볍고 자유로운 영혼을 줄 것 같은 나이키 스니커즈로 기분을 전환해 봐라.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미션을 성공하게 될지도 모르니까.

30대의 품위를 잃지 않으면서도 경쾌한 스타일을 연출하기 위해 유명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스니커즈를 말끔한 정장차림에 매치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운동화는 영원한 단짝일 것만 같았던 트레이닝복을 내몰고 패션의 필수 아이템으로 등극했다. 운동화가 달라지기 시작한 건 90년 축구용품 브랜드인 푸마가 세계적인 디자이너 질 샌더와 손을 잡으면서부터다.

명품 디자이너로 무장한 스포츠 브랜드는 점심시간에 점심도 거른 채 미친 듯이 농구를 하는 고등학생들이 찾는 게 아니라 고급 바에서 와인을 즐기는 패셔니스타의 러브콜을 받게 됐다.

푸마는 질 샌더에 이어 일본의 신발디자이너 미하라 야스히로와 공동작업을 하면서 뻔한 운동화를 펀(fun)한 스니커즈로 탈바꿈시켰다. 그의 디자인은 스포츠 브랜드가 고수해야 하는 기능성과 편안함뿐 아니라 다양한 컬러와 유니크한 그만의 디자인으로 스니커즈 마니아와 일반 소비자의 사랑을 동시에 받고 있다.

가벼운 미팅이나 모임이 있을 때 당신이 입는 점잖은 슈트에 푸마 미하라 코업을 매치해 보자. 당신이 한 번쯤 상상해 봤던 배우 조인성 스타일을 단지 신발 하나로 시도할 수 있을 것이다. 매년 시상식장에서 독특한 의상을 멋있게 소화해내는 조인성만 파격적이란 법은 없다. 푸마 미하라 코업 라인으로 당신의 지루한 일상을 한번쯤 펀(fun)하게 바꿔보자.

이쯤에서 영화 <트레인스포팅>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10년 전 이완 맥그리거는 이 영화에서 스키니룩의 진수를 보여준다. 그는 구제 진과 스니커즈의 교과서인 캔버스를 매치해 많은 젊은이들에게 스키니룩(몸에 달라붙고 실루엣이 슬림한 패션코드)의 교본을 제시했다.

스키니진과 캔버스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상관관계가 있고 요즘 젊은이들에게 없어서는 안될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스키니룩은 나이가 좀(?) 있는 우리에게는 너무나 높은 장벽과도 같고 시도하기에는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설사 용기를 내어 시도한다 할지라도 여자친구에게 크게 비난받을까 무섭기만 하다.

캔버스는 의외로 정장에도 잘 어울린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지난 백상예술대상에서 주지훈은 흰 재킷에 캔버스화를 신어 깔끔한 스타일을 연출해 포멀한 차림에도 캔버스가 어울릴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달라붙는 슈트에 검정 구두 사이로 산뜻한 흰색 고무가 눈에 띄는 캔버스를 신은 주지훈의 패션은 레드카펫의 작은 혁명이었다.

캔버스의 또 다른 장점은 자신만 아는 비밀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스니커즈는 키를 가감 없이 보일 수밖에 없는 단점 아닌 단점을 갖고 있으나 하이 캔버스에 살짝 키를 높이기 위해 밑창을 넣는다면 다리길이에 자신 없어 구두만 고집했던 당신도 스니커즈를 신고도 괜찮은 옷발(?)을 살릴 수 있을 것이다.

남자에게는 꾸밀 수 있는 액세서리나 소품이 한정돼 있기에 신발은 놓칠 수 없는 가장 중요 부분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또한 많은 여성이 처음 남성을 만날 때 눈여겨보는 것 중 하나가 센스 있는 신발임을 기억해라. 유행이 한참 지난 낡은 검정 구두에 대한 집착을 잠시 잊는 건 어떨까. 마니아는 아니더라도 패션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스니커즈는 구두보다 개성이 있으면서 오래 신어 낡을수록 더 멋스러우니 더할 나위 없이 편한 아이템이다. 스니커즈 마니아가 되라거나 스니커즈의 의미를 하나하나 따지라는 것이 아니다.

지금 당신이 할일은 당신의 스타일에 맞는 스니커즈를 장만해 지루했던 당신의 신발장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고 하루 종일 답답한 검정 구두에 갇혀 있던 당신의 발을 기분 좋게 위로해 주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스니커즈의 재미다

남성 전용 아이템

옴므제품 ‘봇물’, 선택폭 커져

메트로섹슈얼(Metrosexual) 붐의 영향이 막강했던 것일까.

2년 전 사회적으로 메트로섹슈얼이 큰 이슈가 되면서 그때를 기점으로 점차 많은 남성들이 패션과 뷰티에 눈을 뜨게 됐다. 이제는 여성과 같이 패션과 뷰티 분야에서도 점점 남성들만의 고유영역이 늘어나고 있으며 남성들의 외모와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그들의 패션감각 또한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바야흐로 남성들도 예전 세대와 달리 패션에 대한 관심과 소비성향이 강해진 것이다.

따라서 여성만의 소유물이라고 여기던 것들은 똑같이 남성만을 위한 것들로 새로이 탄생됐다. 그러면서 남자를 뜻하는 불어의 ‘옴므’(Homme)란 단어가 많이 사용되기 시작했고 여러 명칭 옆에 붙여 쓰이게 됐다. 이런 사회적 시류의 영향 때문인지 패션은 물론이고 여러 분야에서 남성 비즈니스맨만을 겨냥한 옴므 라인을 공격적으로 출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사회적으로 ‘옴므 트렌드’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남자, 힘이 생겼다’와 같은 모 광고 카피에서도 느껴지듯 이제는 남성도 여성과 같이 삶을 즐길 수 있는 많은 기회와 힘이 생겼다는 이야기다. 남성이 가정을 위해 일만 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이처럼 옴므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면서 많은 남성용 브랜드 네임에 옴므가 붙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브랜드로 ‘디올 옴므’(Dior Homme)를 꼽을 수 있다. 2001년 겨울 런칭한 디올 옴므는 여성 패션계에서 여왕으로 군림해 오던 크리스챤 디올(Christian Dior)에서 내놓은 남성 라인으로 현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에디 슬리먼(Hedi Slimane)이 이끌고 있다. 이 브랜드는 런칭 이래 현재까지 세계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여성 브랜드에서 옴므 라인을 출시한 예가 있는데 바로 ‘타임 옴므’(Time Homme)다. 타임 옴므는 타임, 마인, 시스템 등 여성 브랜드를 출시해 오던 한섬에서 남성고객을 겨냥해 야심차게 내놓은 브랜드로 국내 런칭 이후 남성들 사이에서 꾸준히 사랑을 받아오고 있다. 여성복 ‘타임’의 세련되고 감각적인 감성을 그대로 남성복에 옮겨와 런칭 초기 큰 화제가 됐으며 현재까지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다.

디자이너 라벨이나 고가의 브랜드가 조금 부담스럽다면 국내 브랜드들 중에서 합리적인 가격대로 선보이고 있는 ‘코데즈 컴바인 포 맨’(Codes Combine for men)을 추천한다. 코데즈 컴바인 포 맨은 여성라인 코데즈 컴바인과 동일하게 빈티지 감성과 편안한 레이어링을 선보이는 브랜드로 트렌디하면서 편안한 캐주얼 라인을 출시하고 있다. 가벼운 주중 차림에는 물론 다른 색다른 주말 캐주얼룩을 연출할 때 제격이다.

이 밖에도 다수의 여성 브랜드와 캐주얼 브랜드들 사이에서 내년과 내후년을 겨냥해 옴므 라인 런칭 준비가 한창이라는 소식이 들려오니 더욱 다양한 옴므 라인들을 기대해 봐도 좋을 듯하다.

또한 여성 뷰티 브랜드에서도 남성만을 위한 옴므 라인을 출시해 남성들의 주목을 끌기 시작했다. 60~70년대의 모 광고 카피처럼 강인한 남성은 스킨 하나만 바르고 다녔지만 요새는 기초 클렌저뿐만 아니라 스크럽, 에센스, 마스크팩, 컨실러, 컬러로션 등 여성 화장품 못지않게 많은 종류가 있다. 그만큼 남성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폭도 넓어졌다. 운동과 야외활동이 많은 남성들 사이에서는 화이트닝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으며 여러가지 종류의 제품을 바르기 귀찮아하거나 번거로워하는 남성들 사이에서는 스킨과 로션, 에센스를 통합한 제품들이 각광을 받고 있다.

남성 뷰티제품 라인의 세분화된 발전은 아름다움에 대한 남성들의 관심을 확대시켰고 남성의 가꾸기를 따로 일컫는 ‘그루밍’(Grooming)이라는 용어까지 보편화시켰다. 일례로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는 남성 화장품 편집매장이 따로 마련돼 있는데 이 매장의 경우 지난해애 비해 40~50% 가량 매출이 증가했다고 한다. 방문하는 남성고객도 여자친구나 아내의 손에 이끌려오기보다 직접 찾아오는 손님들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대형할인마트 또한 남성 화장품 매출이 매년 15% 정도씩 증가하고 있는데 남성들의 높아진 관심으로 품목이 다양화되고 남성 소비자층이 확대된 것이 매출증가의 주된 요인이라고 한다.

소망화장품에서 내놓은 브랜드 ‘꽃을 든 남자’의 등장은 국내 남성 뷰티 시장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 마초적인 남성을 주로 모델로 내세워 오던 여타 브랜드들과 달리 소위 ‘꽃미남’ 광고모델로 안정환, 김재원을 내세워 ‘피부가 장난이 아닌데’라는 카피를 대히트시키며 남성도 고운 피부에 대한 열망이 여성 못지않다는 인식을 심어줬다.

여성의 메이크업베이스나 파운데이션처럼 피부톤을 보정해주는 역할을 하는 남성용 ‘컬러로션’이 처음 등장했을 때 남성들의 반응은 그야말로 폭발적이었다. 국내에서 남성 컬러로션의 출시는 남성 뷰티용품 범위의 인식을 확장시켰다는 의미가 있다. 남성 피부의 특성을 고려한 스킨케어 제품도 꾸준히 선보이는데 최근에는 ‘코엔 자임 Q10 포 맨 링클 세트’도 새롭게 내놓았다.

여성에 비해 술과 담배를 즐겨 피부노화가 빨리 시작되는 남성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제품이다.

남성들에게 각광을 받고 있는 또 다른 국내 뷰티 브랜드로는 태평양이 지난 2005년 4월에 런칭한 고급 남성 화장품 라인인 ‘헤라 옴므’(Hera Homme)를 꼽을 수 있다. 런칭 이후 헤라 옴므는 남성 화장품 시장에서 빠른 속도로 큰 인기를 누리며 자리잡았다.

그동안 피부 타입의 구분 없이 출시되던 게 일반적이던 남성 화장품을 여성 화장품의 경우와 같이 건성과 지성 등 피부 타입을 세분화했으며 피부 고민별로 기능은 물론 사용감과 향을 차별화하기도 했다. 또 세분화된 스킨케어 제품과 풍부한 영양을 공급해주는 팩, 에센스, 마무리 단계의 스페셜 케어를 보강한 제품들도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해외 브랜드들 가운데서는 비오템에서 나온 ‘비오템 옴므’(Biotherm Homme) 라인이 대표적이다. 탄력을 줄 수 있는 에센스나 올리브 추출물이 함유돼 있는 아이크림, 하루 종일 실내에 있어 피부가 건조한 직장남성을 위해 출시된 수분로션 등이 특히 사랑을 받고 있다. 또한 남성 뷰티 브랜드로는 이례적으로 매장 옆에 ‘스킨케어 룸’을 설치해 구매고객을 대상으로 스킨케어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다. 남성들의 반응은 당연히 폭발적이다.

남성 패션·뷰티 시장이 여성 패션·뷰티 시장에 가려 빛을 발하지 못하던 시대는 지났다. 이제 남성만을 위한 옴므 패션 시장은 여성 패션 시장 못지않게 디자인, 색상 등에서 트렌드를 빠르게 반영하고 있으며 많은 남성 패션브랜드 업계에서는 독자적인 유행 코드를 만들어내며 급속도로 발전해 나가는 것을 볼 수 있다. 남성들이 드디어 패션과 뷰티에 차츰 눈뜨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남성들을 겨냥한 옴므 라인들은 이제 우리 사회에서 하나의 독자적인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남성들이여! 직접 옴므를 입으며, 사용하라. 당신이 착용하며 사용함으로써 남성 패션·뷰티 시장은 더욱 발전할 것이다

스웨터의 계절

지적이고 부드러운 이미지 ‘딱이야’

예년보다 날씨가 좀 더운 가을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기운에 또 하나의 계절이 가고 옴을 느낀다. 그리고 일교차가 큰 탓에 옷차림이 조금은 신경 쓰인다. 낮에 덥다고 여름옷만 걸치고 나갈 수는 없을 터. 여름의 끝과 가을의 시작을 믹스하듯이 패션 아이템도 그렇게 매치해야 할 것이다. 멋도 살리고 일교차도 극복할 수 있는 믹스매치의 베스트 아이템인 스웨터는 그런 의미에서 이번호의 화두 아이템으로 적합하다.

스웨터는 패션 아이템 중에서도 남성을 매우 지적이면서 부드러운 느낌으로 만들어준다. 우리는 스웨터를 대개 ‘니트’로 착각해 부르는데 본래의 명칭인 ‘스웨터’로 부르도록 하자. ‘니트’란 일반적으로 업계에서 ‘다이마루’로 통칭되는 편직기에서 둥글게 마무리되는 원단으로 ‘짜여진’ 편물을 일컬어 말 그대로 ‘니트’(Knit), 즉 짠 편직물의 총칭이다. 즉 우리가 알고 있는 속옷의 원단도 티셔츠의 원단도 모두 니트인 셈이다. 스웨터는 털실에 의한 손뜨개와 편직기 등으로 짜여진 원단으로 만들어진 아이템을 말하는 것이므로 ‘니트’와는 확연히 다르다.

스웨터를 니트라 잘못 부르는 건 마치 트렌치코트를 ‘바바리코트’라 호칭하는 것처럼 누구나 알아들어 불편은 없으나 지적으로 보이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스웨터를 멋지게 입는 법을 배우기 전에 이 점부터 혼동하지 말아야겠다.

우선 스웨터의 종류는 머리에서부터 뒤집어써 입어야 하는 풀오버(Pullover)형과 앞트임이 있는 카디건(Cardigan)형, 지퍼로 열고 닫아 입는 집업(Zipup)형, 조끼(Vest)형으로 크게 구별할 수 있다. 풀오버형은 본래 앞·뒤트임이 없는 스타일이 주류를 이뤘지만 근래에는 다양한 디테일로 한껏 멋을 내 어깨, 옆선을 도트로 장식해 오픈이 가능한 스타일도 많이 나오고 있다. 스웨터의 네크라인은 V자형, 라운드형, 터틀형으로 구분된다. 일교차가 심한 요즘은 집업형 스타일과 카디건형 스타일이 입고 벗기 편해 제격이다.

이렇게 다양한 스타일과 디자인의 스웨터가 있지만 나에게 맞는 스웨터 스타일을 찾기란 어려운 법. 이 때문에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 스타일을 고르는 것이 스웨터를 선택할 때의 기본이자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스웨터는 자칫하면 실제 몸에 비해 더 뚱뚱해 보일 수 있으므로 소재나 패턴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누구나 아는 상식이지만, 너무 굵은 꽈배기 모양이나 간격이 넓은 가로줄무늬, 큰 무늬가 들어간 디자인은 실제 체격에 비해 비대해 보일 수 있다. 체형이 비교적 날씬하다면 상관없지만 누구나 소화할 수 있는 디자인은 아니므로 주의하자.

그렇다면 좀더 자세히 신체 결점에 따라 달라지는 스웨터 선택 방법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대표적으로 고민하는 것은 얼굴형이다. 얼굴이 큰 편이거나 목이 짧은 경우 네크라인이 터틀형이거나 화려한 프린트의 스웨터는 얼굴을 더욱 크게 보이게 하므로 피하도록 하고, 네크라인이 V자형으로 된 스타일을 고르면서 밝은 원색의 컬러보다 짙은 어두운색을 고르는 것이 좋다. 원단은 얇은 폴리에스테르 혼방 소재를 선택하자. 어깨가 상대적으로 넓으면 헐렁한 디자인보다 몸에 약간 피트되는 느낌의 스타일이 좋고 소재도 얇은 원단으로 선정하는 게 좋다. 반대로 어깨가 좁은 편이라면 굵은 실로 짜여진 터틀넥이 전체적으로 볼륨 있는 몸매를 연출해 준다. 상체가 비대해 보일 경우 수축효과가 있는 어두운 색상에 붙는 듯한 실루엣의 세로 골이 있는 스웨터를 입어 시선을 아래로 분산시켜 주면 역삼각형의 멋진 몸매로 연출할 수 있으니 메모하자.

가을이 무르익으면서 깊고 세련된 색상의 스웨터들이 선보이고 있지만 올 가을을 사로잡을 수 있는 스웨터 트렌드 컬러는 단연 블랙이다. 최근에는 단조로운 컬러인 블랙이 나날이 미니멀리즘(Minimalism)화돼 가고 있는 패션계의 흐름을 반영해 인기가 높다. 이외에도 어느 시즌보다도 블루, 그린, 퍼플 등 상대적으로 어둡고 깊은 느낌을 주는 컬러의 옷이 많다. 이들 컬러를 함께 조합한 디자인도 눈에 띈다. 예를 들어 몸 판은 그린이고 칼라와 소매는 블랙컬러 사용한 경우도 있다. 솔리드 블랙이 좀 심심하다면 이런 다양한 컬러의 배합이 잘된 스웨터들도 있으니 눈여겨보도록 하자. 스포티해 보이고 어려 보일 수 있다. 이외에도 가을이면 늘 찾아오는 영국의 브리티시(British)풍의 아가일 체크(다이아몬드형 격자무늬)나 글렌 체크(세로로 줄을 겹쳐 넣은 전통 영국식 체크) 등 체크무늬도 염두에 두자. 다니엘 헤니 같은 가을 남자 패션을 연출할 수 있다. 비즈니스 모임에 남다른 캐주얼 느낌의 차림으로 참석하고 싶다면 슈트 재킷 속에 아가일 체크가 들어간 스웨터를 선택해 보자. 비즈니스룩에도 잘 어울린다.

질 샌더, 프라다, 케빈클라인 등의 V넥이 살짝 깊게 파인 블랙 스웨터에 화이트셔츠, 그리고 블랙 팬츠를 매치시키는 것도 카리스마가 있는 스웨터룩이 될 수 있다. 이때 바지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블랙 슈트의 바지라도 상관없다. 다만 양복바지 길이는 딱 떨어져야 한다. 물론 양복바지 대신 하의는 블랙진(Jean)으로 매치한 후 토즈 같은 가죽 스니커즈를 매치시켜도 아주 고급스러운 스포티브룩을 연출할 수 있다. 물론 주머니사정이 여의치 않고 동시에 한 시즌만 실컷 입기에 부담 없는 중저가의 스웨터도 많다 그중에서도 최근 필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지오다노의 블랙 스웨터다. 가을 시즌 TV광고에서 비가 장동건에게 이 스웨터를 입곤 “형, 우리 어디가?”라고 말하는 것을 모두 보았을 것이다. 스웨터는 이제 단순 캐주얼이 아니다. 이처럼 어디를 갈 때 차려입는 격식이 그 안에 숨어 있는, 즉 멋을 내지 않아도 멋을 낸 것 같은 훌륭한 아이템임을 기억하자.

연출에서 스웨터와 셔츠는 궁합이 잘 맞는다. 셔츠 위에 집업 스웨터를 겹쳐 입거나 반대로 얇은 터틀넥 스웨터를 입고 겉에 셔츠를 걸치면 세미 정장 차림의 색다른 멋을 낼 수 있다. 한 가지 팁을 살짝 주자면 비싼 스웨터를 구입해 매일 질리지 않고 입고 싶다면 각기 다른 디자인의 셔츠를 매번 바꿔 입어 색다른 스타일을 연출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무엇보다 스웨터 스타일을 결정짓는 것은 결국 소재다. 스웨터에는 보통 옷에 사용되는 실에 비해 잘 꼬이도록 부드럽게 부풀어 있고 신축성 있는 실이 사용된다. 고급소재별로 나누자면 우선 울 소재를 중심으로 고급스럽고 부드러운 느낌의 캐시미어 소재나 울과 캐시미어를 혼방한 소재가 대부분이다. 스웨터의 다양한 소재 중 가장 인기 있는 소재는 울과 합성섬유를 혼방한 제품들인데 두께가 얇고 무게가 가벼워 재킷 또는 코트에 받쳐 입기에 부담 없기 때문이다.

좀 까다롭게 스웨터를 선택하려는 사람이라면 구입시 몇가지 사항을 꼼꼼하게 살펴보는 좋다. 우선 목이나 어깨 허리부분을 잡아당겨 바느질이 고르고 튼튼하게 이어졌는지 살펴본다. 그다음 어깨, 목부분을 잡아당겨 잘 늘어나고 원상회복이 빠른 것을 고르도록 한다. 하지만 스웨터를 몇 번 입다보면 제일 먼저 나타나는 것이 늘어짐이다. 목덜미나 소매가 늘어난 스웨터는 손가락 끝으로 밀며 스팀다림질을 해주면 대개는 원상태로 돌아온다. 세탁을 잘못해 스웨터가 오그라들었을 경우 암모니아수를 이용한다. 미지근한 물에 암모니아수를 조금 넣어 휘저은 다음 스웨터를 담갔다 헹궈 어느 정도 말린 후 가볍게 당기면서 다림질하면 정상으로 회복된다고 하니 참고할 만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입은 후 보관할 때 섬유탈취제를 뿌린 후 말린 다음 돌돌 말아 눌리지 않게 잘 보관하면 형태가 변하지 않고 오래 입을 수 있다.

이제 올 가을을 맞이한 남자들을 위한 멋진 스웨터 패션 코치는 모두 끝났다. 남은 일은 어떤 아이템이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릴지를 판단하는 것. 지적이면서도 여유 있고 다정하고 세련된 남자로 기억되고 싶다면 올 가을 스웨터를 한 벌 사라고 권하고 싶다. 그러면 당신은 이 가을의 ‘완소남’(‘완전 소중한 남자’를 줄인 신조어)이다

‘명품’ 브랜드 활용법

무조건적 명품 집착, ‘인생 미스매치’

우리는 왜 명품에 열광하는가.

우리를 그토록 열광시키는 명품은 도대체 어떤 특별한 것이 있기에 이태원을 뒤져가며 소위 ‘짝퉁’까지 사서 자기자신을 포장하는 것일까?

얼마 전 올해 브랜드계의 최고의 사건이자 사회를 시끄럽게 했던 웃지 못할 해프닝을 기억하는가? 존재하지도 않는 브랜드를 만들어 원가 10만원도 안되는 시계를 수천만원에 팔았던 ‘빈센트 앤 코’, 그리고 신생 브랜드를 180년 전통의 시계 브랜드로 속였던 ‘지오모나코’. 단지 ‘좋은 것은 비싸다’, ‘비싼 것은 좋은 것이다’는 통념 속에 매체도 기자도, 그리고 소비자도 모두 속고 말았다. 불과 얼마 전까지 당신의 손목에 이들 브랜드의 시계가 채워져 있었다면, 죄송스럽지만 당신은 안목도 없고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과시욕으로 명품을 구입하는 부류의 사람일 것이다.

남자도 최고의 신랑감을 꼽을 때, 그의 출신 성분과 자라온 환경, 그리고 앞으로의 가능성과 매력 등을 골고루 갖춘 사람이라야만 최고의 남자로 인정받듯이 명품의 필요충분조건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전에도 언급한 바 있지만, 다시 한 번 명료하게 명품의 필수 요건들에 대하여 설명을 해보겠다.

먼저 전통(history)을 들 수 있겠다. 샤넬, 루이비통의 핸드백, 에르메네질도 제냐의 슈트, 롤렉스의 시계. 모두 저마다의 브랜드 유래가 있고 수십, 수백 년의 전통을 자랑한다. 오랜 시간 속에서 한 우물만을 파며 쌓아온 그들만의 철학과 축적된 노하우가 오늘날 브랜드에 가치를 더해준다.

두 번째로 전통과 함께 필수적인 요건으로 장인정신(Craftsmanship)이 있다. 대를 이어가며 쌓아온 그들만의 기술과, 기계로 만들어내는 대량생산이 아닌 제품의 모든 공정을 하나하나 수작업을 통해 최고를 만들어내겠다는 피땀 어린 혼이 깃든 장인정신. 이것이야말로 명품의 퀼리티와 희소가치를 높이는 필수요건이라 하겠다.

소유자의 태도가 제품수준 결정해

전통과 장인정신이 결합되면서 발생되는 요건이 바로 품질(quality)이다. 이는 명품을 진정한 명품으로 완성시키는 데 필수적이며, 할머니께서 들고 다니셨던 핸드백을 손녀까지 이어받을 수 있게 만들어 명품에 가치를 부여하는 중요한 요소다. 더불어 이태원의 ‘짝퉁’과 디자인은 같을지라도 ‘짝퉁’과 ‘진품’을 가리는 근본적인 기준이 된다.

마지막으로 디자인과 실용성(design & Utility) 또한 빠져서는 안될 필수요건이다. 몇 십 년을 구두만 만들어온 장인이 있다고 하자. 분명 인생을 바쳐 모든 정성과 노력을 다했을 것이다. 그러나 별로 예쁘지도 않고 사람들이 신었을 때 불편한 구두를 만들었다면 그것은 명품으로 여겨질 수 없는 것이다.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아름다움, 즉 디자인은 오늘날 특히 중요시 여기는 요건으로, 베르사체의 화려함이든 질 샌더의 모던한 심플함이든 독창적이고 아름다워야만 한다. 실용성 또한 명품으로 완성시키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흔히 ‘쌍둥이 칼’로 알고 있는 독일 헨켈사의 주방용 나이프 등이 그 대표적인 예라 하겠다.

명품이란 이 필수요건들을 골고루 다 갖추고 있어야만 진정한 명품이라고 부를 수 있다.

아무리 유명 백화점에 입점돼 있다고 해서, 잡지에 광고가 나온다고 해서, 스타가 하고 나오는 아이템이라고 해서 무조건 맹신하다가는 큰코다칠 수 있으며 빈센트 앤 코는 그 좋은 거울이다.

여기에 한 가지 더 필자가 추가하고 싶은 내용은 바로 그 명품 아이템을 소유하는 사람의 ‘애티튜드’(태도, 자세)이다. 우리말에 ‘돼지 목에 진주목걸이’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좋은 것을 소유하고 있어도 그 사람이 그것의 아름다움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명품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반대로 아무리 허접한 물건도 멋진 사람들에게는 훌륭하게 빛나지 않는가!

먼저 시계를 예로 들어보자. 세계 최고의 프랑스 명품 시계, ‘까르띠에’ 시계는 젊은 대학생보다 슈트를 멋지게 차려 입은 뱅커에게 더 어울릴 것이며, 중고교생에게는 거한 ‘롤렉스’보다 재미있는 그래픽의 ‘스와치’ 시계가 더 어울릴 것이다. 만일 뱅커라도 일할 때가 아닌 낚시를 떠나는 뱅커라면 까르띠에 시계보다 실속 있는 ‘빅토리녹스’가 더 센스 있는 선택일 것이다. 빅토리녹스는 1884년 스위스 군용제품을 생산하는 나이프 제조공장으로 시작한 브랜드다. 특히 스위스 아미 나이프에서 시작된 장인정신은 시계까지 이어져 100% 스위스 메이드 워치의 표상이 되고 있다. 들어보지도 못한 ‘짝퉁’ 스위스 시계 빈센트 앤 코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제 일반 소비자들도 스위스 시계에 대해 이쯤은 알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 언급해 본다.

남성 구두에서도 진정한 명품을 꼽으라면 필자는 이탈리아 수제 구두인 ‘벨루티’를 최고로 꼽는다. 110년 전통의 4대에 걸쳐 내려온 장인정신, 250회가 넘는 수공작업 과정을 거쳐 완성되며 ‘맞춤 구두’의 최고봉으로 여겨진다. 벨루티는 또한 문왁싱(Moon Waxing)이라고 불리는 달빛을 이용한 가죽 블리칭 기법을 사용하며, 염색은 베니스의 바닷물과 알프스의 눈을 사용한다고 한다. 특히 케네디, 앤디 워홀, 칼 라거필드 등과 같은 정치, 예술, 패션계의 저명인사들 사이에서 필수품으로 여겨왔던 구두로서 명품으로서의 자격은 입증된 브랜드이다. 하지만 이러한 멋진 명품 구두라도 20대 사회초년생에게는 그 진가를 발휘하기 어려울 것이다. 더 나이가 어린 쪽으로 눈높이를 낮추자면 중고교생에게는 아디다스, 나이키가 명품 신발이 되는 것이다.

패션 이외에 와인에도 명품과 럭셔리가 존재한다. 와인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진 요즘이지만, 와인이라고 해서 다 럭셔리는 아니다. 같은 포도 품종이라도 어디서 만들었으며 어느 와이너리에서 생산했느냐에 따라서, 그리고 몇 년도에 만들었느냐에 따라서 그 가치는 전혀 달라진다.

따라서 와인은 해박한 지식과 진정으로 이해하는 마음이 없다면 시계나 패션아이템을 대하듯 명품에 대한 호기를 부리기가 쉽지 않다.

예를 들어 카버네 쇼비뇽(Cabernet Sauvignon)은 레드와인으로 쓰이는 가장 훌륭한 포도 품종의 하나다. 그러나 이 카버네 쇼비뇽으로 만든 레드와인이라 하더라도 만든 와이너리에 따라 가격은 극과 극이 된다. 프랑스산 ‘샤또 오 브리옹’ 1982년산은 1병에 200만원에 가까운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감히 레드와인의 최고 명품이라 말할 수 있다.

반면에 미국산 ‘콜롬비아 크레스트’는 앞서 말한 샤또 오 브리옹과 같은 포도 품종인 카버네 쇼비뇽을 사용하지만 가격은 3만원대로 체리와 블루베리, 모카의 풍미를 지니고 있으며 어둡고 진한 자줏빛을 띠는 와인이다. 미국산 오크통에서 13개월 이상 숙성돼 보디가 튼튼하고 중후한 느낌을 주며 삼나무 나무향기와 살짝 그을려진 오크향이 일품이다. 하지만 그 가격은 샤또 오 브리옹의 가격과 비교해 100분의 1을 조금 넘는 수준으로 매우 저렴하다. 그러나 분명 콜롬비아 크레스트는 마시는 사람이나 즐기는 장소 등에 따라서 그 가치가 샤또 오브리옹 100분의 1 이상을 충분히 해내고도 남을 수도 있다. 다시 말해 비싸지 않더라도 그 물리적 가치를 뛰어넘어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질적 가치를 창출하는 이런 아이템은 쇼핑리스트맨 위에 올려놓아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같은 돈으로 훨씬 더 많은 가치를 사는 똑똑한 소비이며 진정한 명품을 소유할 수 있는 멋진 애티튜드의 초석이다.

장르에 상관없이 모든 카테고리에서 독보적 위치에 있는 명품들은 분명 존재한다.

명품의 노예 돼서는 안돼

하지만 그 제품들 자체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바로 누가 이 아이템을 소유하느냐는 문제이며 어느 상황에 그것을 매치시키느냐이다. 이뿐만 아니라 진정으로 멋진 사람이란 물건이나 옷보다 그 사람을 먼저 볼 줄 아는 사람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단순히 그 명성만 좇을 것이 아니라 자기자신을 먼저 찾아야 한다. 즉 명품으로 온몸을 휘감아 캐릭터를 만들게 아니라 이제는 자신만의 캐릭터를 찾고 애티튜드를 확립한 뒤 그에 부합되는 명품을 찾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필자는 이제 명품을 제대로 즐기라고 권하고 싶다. 명품의 노예가 되지 말라고 충고해주고 싶다. 소위 ‘짝퉁’이란 자신의 영혼을 그야말로 가짜로 만드는 것과 같다고도 경고해주고 싶다. 유난히도 한국사람들은 값이 비싼 명품에만 열광한다. 자기자신의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채 자신과 어울리지도 않는 명품을 선호한다면 그 명품의 가치도 빛을 발하지 못할뿐더러 자신의 이미지 역시 훼손시키는 일이 될 것이다. 명품과 자기자신과의 미스매치! 이 가을 경계해야 할 명제다

패션의 기본 ‘트렌치코트’

소재·컬러 다양… 지적인 멋은 여전

더디게 겨울로 접어들었다. 얼마나 기다려 온 추위던가.

겨울이 왔다는 것은 기온이 뚝 떨어져 추위를 느낌으로써 알 수도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거리의 수많은 사람들이 너나없이 두터운 코트를 여며 입고 잰걸음으로 걸어 다니는 모습을 보고도 실감할 수 있다. 이럴 때 두툼한 소재의 코트를 입는 것보다 얇고 가벼운 소재의 의상을 두세 벌 겹쳐 입고(layering) 그 위에 멋지고 가벼운 외투를 걸치는 게 더 따뜻하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알지 못하는 듯하다.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필자는 자연스레 외출 시 입게 될 의상에 대해 늘 고민한다. 더구나 지인들 사이에서는 ‘패션리더 CEO’라는 별칭으로 불리고 있어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이 때문에 그 날 만나는 사람이 누구인지, 어떤 장소에서 만나는지, 모임의 성격은 어떠한지, 심지어는 그날의 날씨가 어떠한지에 따라 의상 선택이 달라진다. 제법 쌀쌀하나 매서운 바람이 불지 않는 요즘 같은 겨울 날씨에는 트렌치코트를 꺼내 입고 한껏 멋을 내기에 좋다. 노트북 앞에 앉아 이 글을 쓰고 있는 필자의 의상 역시 베이지 컬러 바탕에 골드 빛 버튼이 달린 트렌치코트다. 이쯤이면 아마도 눈치 빠른 독자들은 필자가 어떤 패션 아이템을 소개하려는지 알아차렸으리라 생각된다. 그렇다! 바로 트렌치코트다.

영국군의 레인코트에서 유래

트렌치코트의 실용성과 아름다움, 그리고 최신 트렌드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우선 트렌치코트의 정의와 그 역사를 알아보자. 트렌치코트의 트렌치(Trench)란 영어로 ‘도랑’, ‘참호’라는 뜻으로,제1차 세계대전 당시 참호 안에서 착용한 영국군의 레인코트에서 유래한 것이다. 이미 잘 알려져 있듯이 1856년 영국 햄프셔 지방에서 포목점을 경영하던 버버리(Burberry)사의 창립자 토머스 버버리(Thomas Burberry)가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원단을 개발하고자 노력한 끝에 내구성이 강하면서 방한, 방수 효과가 있고 동시에 통풍이 잘 되는 기능성 신소재 원단인 개버딘(gabardine)을 세상에 내놓았다. 제1차 세계대전 때 전투용 외투로 이 개버딘이 이용된 덕분에 바람과 비가 잦은 영국의 궂은 날씨에도 병사들은 일정한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한다. 초기에는 길이가 길고 넉넉한 박스형에 계급을 나타내는 견장, 수류탄을 걸 수 있게 만들어진 벨트의 D자 링, 강한 비바람을 막을 수 있게 앞가슴을 덧댄 디자인이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코트의 길이와 디자인이 조금씩 달라졌고, 제2차 세계대전 후에는 여성들도 입게 되면서 일상복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이 트렌치코트의 역사다.

트렌치코트가 대중으로부터 사랑받게 된 이유 중 하나는 실용적이기도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지적인 이미지에 우수에 찬 분위기를 내는 강렬한 인상이 그 어떤 옷과도 비견할 수 없는 아우라(Aura)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러한 이미지는 1940~60년대 큰 인기를 누렸던 영화 속 주인공들의 영향 덕분이기도 하다. 두 젊은 남녀의 고독한 사랑을 그린 영화 <카사블랑카>에서 트렌치코트를 입고 중절모를 눌러쓴 모습으로 등장한 남자 주인공 험프리 보가트와 아찔하게 허리라인이 강조된 짙은 색 트렌치코트를 입고 등장한 여자 주인공 잉그리드 버그만, 원피스에 버버리 트렌치코트를 걸쳐 입고 우아한 자태를 뽐낸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오드리 헵번, 슬픈 사랑의 추억을 담은 영화 <애수>에서 넓고 각진 어깨선이 돋보인 트렌치코트를 입은 로버트 테일러가 대표적인 사례다.

150년이 넘은 긴 역사만큼 오랜 기간 사랑을 받아온 트렌치코트가 패션계에 찾아온 ‘브리티시 룩’ 즉, 영국식 패션 열풍에 힘입어 또 다시 크게 유행할 전망이다. 대신 예전에 비해 디자인이 보다 모던해졌으며, 세계적 여성복 디자이너 컬렉션에서는 트렌치코트로 드레스나 원피스도 만드는 응용력을 보이고 있을 만큼 트렌치코트는 그 개념이 점점 파괴되고 있다. 색상은 짙은 컬러에서부터 밝은 컬러까지 다양해졌다. 옷감의 소재 또한 모와 캐시미어뿐만 아니라 나일론, 폴리우레탄, 새틴, 에나멜비닐 등 광택감 있는 소재가 부상하고 있어 그만큼 선택의 폭이 넓어졌으며 양모 소재의 안감을 덧대 겨울에도 입을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이 밖에 안감에 배색 처리를 하거나 다른 패턴을 넣은 것도 많은데, 특히 호피 무늬 등과 같은 애니멀 프린트는 여성용 트렌치코트의 안감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어깨선 피트되는 디자인은 젊어 보여

버버리와 함께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영국 브랜드 아쿠아스큐텀(Aquascutum)은 오래된 브랜드의 이미지를 벗기 위해 어깨선이 부드럽게 떨어진 모던하고 심플한 실루엣에 커다란 단추를 단 룩을 선보였다. 또 밝은 회색과 검정색 외에 라임(lime)색 트렌치코트도 선보였다. 디올 옴므(Dior Homme) 도 베이지 색상이 아닌 올 겨울 트렌드 컬러인 블랙을 사용해 트렌치코트를 젊게 재해석했으며 코트의 길이도 무릎 위로 짧게 제안해 키가 작고 슬림한 동양인에게도 잘 어울릴 것으로 보인다. 버버리 프로섬(Burberry Prosum)은 기본 스타일에 충실하면서도 천 소재 대신 가죽과 금빛이 도는 광택소재를 사용함으로써 현대적 감각을 드러냈고, 모피를 트리밍(Fur Trimming)해 럭셔리한 분위기도 연출했다.

하지만 트렌치코트의 소재 컬러 디자인 패턴 등이 다양해져 아무리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하더라도 자신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을 고를 줄 모른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이에 독자들에게 멋스러운 코디 연출을 위한 몇 가지 팁을 소개한다. 허리가 굵은 사람에겐 허리를 묶는 스타일의 트렌치코트는 더욱 뚱뚱해 보일 수 있어 위험하다. 이럴 땐 벨트가 없는 싱글 스타일이 실제보다 날씬해 보이도록 연출해 줄 것이다. 골격은 크지만 몸이 말랐다면 더블 트렌치코트로 남성적인 멋을 낼 수 있다.

그러나 키가 작고 마른 사람은 더블 트렌치코트가 더욱 무거워 보일 수 있으니 주의하자. 최근에는 정장을 차려 입어도 캐주얼한 느낌을 살려 젊어 보이고 싶어 하는 남성들이 부쩍 늘고 있다. 나이보다 어려보이고 싶다면 상의는 노타이(No-tie)에 하의는 청바지를 입고 스니커즈를 신는 센스를 발휘해 보기 바란다. 트렌치코트와 함께 입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활동적으로 보인다.

또한 젊고 민첩한 이미지를 위해서는 어깨선이 피트되는 디자인을 선택하되 색상은 블랙 혹은 네이비가 좋다. 체크무늬가 있는 것을 고르려면 체크가 큰 것(Big Check)을 고르고 색상은 요란하지 않아야 한다. 트렌치코트의 가격은 해외 명품 브랜드 쪽으로 눈을 돌리자면 보통 100만 원대부터 400만 원대까지 혹은 그 이상까지 가격이 올라가서 한 벌을 구입한다는 느낌보다는 투자해서 장만해야 하는 부담감이 앞선다. 그렇지만 국내 브랜드에서는 10만 원대부터 100만 원 이하까지 가격대별로 다양하게 시중에 나와 있으니 (특히 홈쇼핑) 자신과 어울리는 디자인과 색상을 찾아 자신만의 트렌치코트를 찾아보기 바란다.

요즘 들어 트렌치코트는 전통 브리티시 트렌치코트의 클래식함에서만 머무르는 것이 아닌 보다 편하고 정장과 캐주얼을 넘나들 수 있는 디자인이 많아지고 있으며 스타일링 또한 그렇게 제안되고 있는 추세다. 따라서 트렌치코트는 더 이상 회사를 다니는 ‘아저씨 버버리’가 아니다. 그뿐만 아니라 옷감 소재의 다양함과 탈 부착 가능한 따뜻한 안감이 있으니 겨울에도 그리고 낮과 밤의 기온 차가 심한 초봄에도 추위 걱정 없이 트렌디한 룩을 가볍게, 그러나 매우 따뜻하게 즐길 수 있다. 이제 트렌치코트를 새롭게 인식해 지적인 멋을 이해할 때다

‘리미티드 에디션(Limited Edition)’족 되기

나만의 ‘즐거움’… 세련미 돋보이게

나는 동부이촌동에서 꽤나 유명한 한 쇼핑센터 지하에 있는 작은 ‘만두집’의 만두를 즐겨먹는다. 이 ‘만두집’은 오전 10시에 영업을 시작해 오후 6시가 되기 전에 재료나 만두가 떨어지면 주저 없이 문을 닫아버린다. 그래서 준비된 만두가 떨어지는 저녁시간이 되면 줄 서서 기다리는 수많은 사람들을 외면한 채 사장님은 깔끔하게 내일을 약속한다. 아무리 많은 주문이 들어온다고 해도 정해진 수량 이외에는 판매하지 않는다. 이는 품질관리에 철저함은 물론이거니와 상품가치와 희소성을 상승시키는 요인이라 하겠다. 바로 이런 점이 나에게 있어서는 이 만두를 ‘스페셜 리미티드 에디션’이라고 여길만한 충분한 이유가 되는 것이다.

근래 들어 나는 동부이촌동 만두와 함께 ‘리미티드 에디션(Limited Edition)’의 매력에 빠져 재미있는 리미티드 에디션을 수집하는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다. 요즘 가장 열을 올리며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은 겨울철 주말 여가 보내기용으로 수집 중인 DVD 구입이다. 시중에 나와 있는 대부분의 DVD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단어가 ‘리미티드 에디션’이기 때문이다.

지난주에 주문한 구스 반 산트(Gus Van Sant) 감독의 커트 코베인의 일생을 다룬 영화 ‘라스트 데이즈(Last Days)’를 비롯한 여러 가지 DVD가 도착했다. 이것 외에도 한국영화의 이변을 일으킨 바 있는 봉준호 감독의 <괴물>도 매우 기다렸던 작품이다. 이번에 주문한 DVD 모두 ‘스페셜(Special)’ 또는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극장에서는 접할 수 없었던 특별영상과 제작과정 등 다양한 콘텐츠들이 담겨 있어 컬렉션의 재미를 더한다.

하지만 한 가지 안타까운 사실은 출시되는 거의 모든 개봉 성공작들의 DVD는 리미티드 에디션, 스페셜 에디션, 울트라 에디션(Ultra Edition) 등의 꼬리표를 달고 출시된다는 점이다. 작아져만 가는 DVD시장의 차별화 전략인지 아니면, 컬렉터들의 기호에 맞추기 위한 최대한(?)의 배려인지. 하지만 다양하면서도 고급스러운 패키지와 함께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리미티드 에디션을 모아놓은 컬렉션을 보고 있으면 흐뭇한 미소가 절로 나오게 된다.

문화적 욕구 충족시켜주는 DVD 한정판

리미티드 에디션의 홍수는 여기에만 그치지 않는다. 모든 브랜드는 때마다 무언가를 기념하고 새로운 트렌드를 아이콘화하기 위한 마케팅 전략으로 리미티드 에디션을 준비한다. 세계적으로 사회적 이슈가 되는 월드컵을 겨냥해 출시됐던 여러 명품 브랜드의 축구공을 비롯해 아수스 코리아(ASUS)의 ‘아수스-람보르기니 VX1 골든 에디션’은 세계적인 슈퍼 스포츠카인 람보르기니의 독특한 디자인을 그대로 살린 가죽 노트북이다. 아수스 코리아가 선보인 핑크색 가죽 노트북은 국내 20대만 한정 판매되는 리미티드 에디션 중 하나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높아져만 가는 소비자의 취향은 때만 되면 넘쳐나는 리미티드 아이템에 대한 불신을 낳았다. 하지만 그것은 무분별한 구입 습관의 불균형이 낳는 부작용일지도 모른다.

가치 있는 투자는 자신을 나타내는 지표가 된다. 어디에 어떤 투자를 하고, 어떠한 부분에서 자신을 만족시키느냐에 대한 포커스는 자기표현의 일환이기 때문이다. 작게 시작해 내 주변에 가지고 있는 물건들을 다시 한 번 잘 살펴보자. 과연 어떠한 선택과 결과들이 존재하는지 그리고 그것이 어떠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지도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슈트는 계절별로 몇 벌을 보유하고 있는지, 그에 어울리는 넥타이는 계절별로 몇 가지의 색깔을 보유하고 있는지, 신발은 아이템별로 몇 켤레나 보유하고 있는지를 비롯해 그 이외에 내가 수집하는 아이템은 무엇이 있는지 말이다. 그 중에서도 베스트로 꼽을 수 있는 나만의 컬렉션이 얼마나 베이직한 다른 아이템들과 조화를 이루는지 정도는 가늠해 봐야 할 것이다.

습관적으로 무의미하게 사 모은 아이템들은 연말이 다가오면서 참석해야 할 수 많은 모임과 약속들을 고통스러움으로 물들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기본적인 아이템에 포인트를 줄 수 있는 리미티드 에디션 아이템을 선택하는 센스를 발휘한다면 갑작스러운 모임이나 어려운 자리에 참석하는 것에 대한 고민은 반으로 줄어든다. 모임에 참석한 사람들은 내가 가진 포인트 아이템으로 나를 이미지화해 받아들이는 것은 물론, 브랜드가 추구하고자 하는 리미티드 에디션의 히스토리를 이야기 해준다면 나는 곧 그 브랜드 히스토리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반드시 고가의, 럭셔리한 브랜드의 리미티드 에디션만이 특별한 아이템이라고 규정짓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리미티드 에디션은 특정 대상을 위해 소량으로 만들어진 상품으로 발전해 기존의 아이템의 고유함에 특별한 날을 기념하는 등의 의미를 부여하는 것과 동시에 한정적인 수량과 정해진 기간 동안 판매되는 것 등으로 점점 확장된 의미를 갖게 됐다.

‘희소성=자부심’… 소비자 욕구 충족

한정된 상품, 세상에 단 몇 개뿐인 아이템의 희소성에 대한 자부심은 누구나 가지고 싶은 욕구가 아닐까. 사실 요즘 소비자들의 욕구는 날이 갈수록 까다로워지고 있기 때문에 남들과 다른 차별화된 것이 아니면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사람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브랜드는 더 높은 가치를 창출하기를 원하고, 그 가치를 사회에 환원함으로써 브랜드의 바운더리를 키우기 위해 더욱 큰 원을 그리기를 망설이지 않는다. 그래서 최근에는 리미티드 에디션이라는 의미가 더 확대돼 브랜드가 가진 프라이드를 아이콘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리미티드 에디션을 정의한다.

여성의 리미티드 에디션 베스트 아이템이 핸드백과 화장품이라면, 남성의 베스트 아이템은 과연 무엇일까?

단연 전자제품과 자동차 혹은 패션에 관한 것이 될 것이다. 모터롤라는 이탈리아의 세계적 브랜드 돌체 앤드 가바나(Dolce&Gabbana)와 함께 ‘모토 레이저 V3i(MOTO RAZR V3i)’를 완성했다. ‘국민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모토롤라의 골드 레이저 모델은 세계적 패션 브랜드인 돌체 앤드 가바나의 로고가 새겨져 있고 고급스러운 골드와 실버 색상의 케이스로 된 이 휴대폰은 모던한 스타일로 급성장하는 명품 휴대폰 시장을 타깃으로 고급스러운 라이프스타일을 도입했다. 이 리미티드 에디션은 기존의 모델에서 디자인뿐만 아니라 더욱 풍부한 기능들이 업그레이드됐는데, 돌체 앤드 가바나를 위한 배경화면, 스크린세이버, MP3 착신벨 등의 기능이 내장돼 있다. 돌체 앤드 가바나와 모토롤라의 신형 V3i는 현재 국내에도 판매되고 있으며 일련번호가 부여된 한정판은 돌체 앤드 가바나 매장에서만 구입할 수 있다.

국내에 나와 있는 남성들을 위한 리미티드 아이템으로는 ‘란스미어 리미티드 에디션 별자리 넥타이’ 같은 경우가 대표적 사례다. 프리미엄 슈트 브랜드 란스미어의 액세서리 중 유일한 리미티드 에디션인 별자리 넥타이는 12궁 별자리가 18K 금사로 수놓아져 있으며 별자리별로 단 2개씩만 판매된다.

아직까지도 한국 시장에서 남자들의 지갑을 열게 하기란 매우 쉽다고 생각하는 마케터들이 많이 있다. 세심하게 고르지 않고 단순한 필요에 의해서만 물건을 구입하게 된다면 그들의 얕은꾀에 넘어가 무의미한, 그리고 허울만 좋은 아이템을 낚시질하게 된다. 하지만 나만의 스타일과 매치되는 브랜드가 가진 특성을 이해하고자 조금만 노력해 본다면 조금 더 세련된 쇼핑이 되지 않을까. 2007년도에는 나만의 스토리가 있는, 구성이 잘 짜인 쇼핑을 통해 하나도 버릴 것이 없는 리미티드 아이템을 컬렉션 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즐거움을 통해 자기 자신도 리미티드한 사람이 되어보자

새로워진 007의 패션 레슨

‘이제 남자들이 변해야 할 때’

최근 개봉한 007영화의 21번째 시리즈 <카지노 로얄>의 새로운 제임스 본드는 최초의 금발에 파란 눈의 007인 다니엘 크레이그가 전격 캐스팅됐다. 솔직히 기존의 007과는 약간은 달라 적잖이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하지만 영화를 본 후 역시 007은 그 시대가 요구하는 시대적 남성 캐릭터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 숀 코너리, 로저 무어, 피어스 브로스넌 등의 뒤를 이어 다니엘 크레이그가 제6대 제임스 본드로 확정됐을 때 기존의 007 시리즈 팬들은 “금발이다”, “촌스럽게 생겼다”, “키가 작다” 등의 이유로 캐스팅을 반대했다고 한다.

그러나 영화 개봉 후 최근 영국에서 이루어진 한 설문조사에서 크레이그는 브래드 피트나 조지 클루니를 제치고 2006년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남자로 선정된 바 있다. 그렇다. 크레이그는 알고 보면 그야말로 이안 플레밍의 원작에서 묘사된 제임스 본드의 외모에 가장 가까운 캐릭터다. 외모뿐만 아니라 이번 영화에서 보여주는 제임스 본드의 이미지는 기존 제임스 본드들과는 분명 다른 새로운 남성상을 표출하기에 충분하다. 오히려 이러한 본드의 캐릭터 변화가 이 작품을 감상하는 포인트가 되는 듯하다.

이번에 새롭게 태어난 크레이그가 연기한 007을 통해 남성들이 배워두면 ‘폼이 날만한’ 몇 가지 그의 행동 양식과 스타일을 알아보자.

메트로 섹슈얼과 위버 섹슈얼의 절묘한 조화

지난 007 제임스 본드들은 모두 하나같이 넘긴 머리에 깔끔한 슈트를 차려 입은, 완벽하고 전형적인 마초적 남성상을 지닌 캐릭터다. 그러나 이번 (카지노 로얄의) 제임스 본드는 상관의 명령과는 상관없이 가끔은 돌출 행동도 불사하며 업무 수행에 있어서도 빈틈이 더러 보이기도 한다. 본드걸을 작전에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에 빠져 본드걸에게 오히려 역이용당하는, 조금은 귀엽고 모자란 007이다. 또한 결국 자신을 이용한 그 본드걸의 주검 앞에서 오열하는, 즉 자신의 슬픈 감정조차 거침없이 드러내는 21세기형 메트로 섹슈얼의 감성을 지닌 새로운 남성이 바로 새로운 007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가 감성적으로 다소 여성적인 면이 존재하는 메트로 섹슈얼인 반면에, 물리적으로는 기존의 지나치게 자신의 ‘그루밍(치장)’에만 신경 쓰는 메트로 섹슈얼의 007과는 사뭇 거리가 있다. 오히려 제임스 본드만의 최첨단 무기들을 빌리지 않더라도 자신의 몸 하나로 위기 상황을 슬기롭게 모면하는 모습은 위버 섹슈얼 남성의 미학을 멋지게 승화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슬림하고 쭉 뻗은 몸매가 아닌 다소 근육질이면서 충분한 근력 운동으로 다져진 탄탄한 몸매를 갖고 있다. 어쩌면 배에 ‘왕(王)’자가 있는 기름기 쪽 빠진 모습보다 마흔이라는 그의 나이에 걸맞은 멋진 몸을 잘 표현하고 있는 듯하다. 이 몸매 덕분에 007은 뺀질뺀질하면서도 상황마다 적절한 요령으로 위기를 모면하는 얄미운 첩보원에서 진지한 근육질 몸매의 터프가이로 바뀌었다. 그의 근육질 몸매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인지 이번 영화에서는 본드 특유의 세련되고 정갈한 액션을 선보이지 못했다는 비판도 있지만, 오히려 그러한 점이 기존의 틀을 깬 것이 아닐까 싶다. 크레이그는 마흔이라는 나이를 뛰어넘는 훌륭한 몸매를 만들기 위해 담배를 끊고 음식을 조절하며 열심히 헬스클럽에 다녔다고 한다. 화려한 언변보다 건강하고 섹시한 몸매가 본드를 더욱더 섹시한 남자로 만드는 일등 공신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30대, 40대 남성들도 포기하지 말고 20대 남성들처럼 건강한 생활 태도와 근력 운동에 더욱 매진하는 한 해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

<007카지노 로얄>의 제임스 본드는 스타일 면에서도 크게 바뀌었다. 영화 첫 장면에서 어둠 속의 크레이그에게서 가장 먼저 시선을 빼앗긴 건 그의 깊은 파란 눈이다. 푸른 눈동자에 속눈썹까지 금발인 그는 요즘 연예인들의 성형수술로 유행이라는 눈 밑 애교살, 거기에 도톰한 아랫입술의 섹시한 입매는 언뜻 나이 들어 보이는 그가 왜 가장 섹시한 남자로 뽑혔는지 말해 주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007의 외모 외에도 모든 사람들이 이 영화 시리즈에 가장 주목하는 것은 바로 제임스 본드의 힘과 취향을 동시에 보여주는 자동차다. 이번 시리즈에서 선보인 본드 카는 바로 12기통 ‘애시턴마틴 DBS’로, 개봉 전까지 성능과 디테일이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다. 그러나 온몸으로 연기한 이번 영화에서는 그다지 빛을 발하지 못하고 심지어는 전복되기까지 해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이로 인해 우리는 자신의 무기보다 자신의 몸으로 대처하는 멋진 위버 섹슈얼 007을 만날 수 있다.

이번 영화에서의 제임스 본드는 스타일 면에서는 위버 섹슈얼을 표방한 관계로 그다지 다양한 패션을 선보이지 못했으나 역시 카지노 장면에서 입은 그의 슈트는 압권이다. 바로 이탈리아 정통 맞춤 슈트 ‘브리오니’의 블랙 턱시도인데 <골든아이>의 피어스 브로스넌부터 입기 시작한 슈트이며 제임스 본드를 살아 있는 캐릭터로 만들어 주는 핵심 아이템이다. 남자에게 슈트가 어떤 존재인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슈트는 이처럼 남성을 동물적 본능으로부터 정화하며 여성을 위하는 젠틀맨으로 거듭나게 하는 007의 가장 센 무기다.

정통 슈트로 클래식 스타일 연출

본드걸 베스퍼와의 첫 만남에서 거론된 그의 시계는 007시리즈에서 변하지 않는 아이템으로 ‘오메가 시마스터 프로페셔널 300M’ 모델이다. 완벽한 방수 기능과 초침 끝의 붉은 색 바탕에 슈퍼 루미노바(Super Luminova) 형광 점으로 마무리돼 밤에도 쉽게 읽을 수 있으나 이번 영화에서는 역시 그 기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그렇지만 제임스 본드의 시계라는 이유만으로도 주목받기에 충분하다. 남성에게 시계가 어떤 의미인지는 이미 지난 칼럼들에서 수없이 언급해 왔기에 그 점은 생략하겠으나 지금처럼 변화가 많은 제임스 본드의 새 캐릭터에도 변함없는 고전적 시계 브랜드가 그의 손목에 여전히 똑같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브랜드 협찬의 힘이라기보다는 ‘오메가’가 지닌 클래식의 힘이다.

옷과 액세서리 외에도 007이 마시는 술은 항상 남성들의 낭만이게 마련이다. 이번 시리즈에서도 어김없이 007의 술인 샴페인 ‘볼링저’가 등장하지만 이번에는 본드걸을 위해 주문만 하고 본드는 입에 댈 여유도 없이 동분서주한다. 대신 이번 시리즈에서는 보드카 마티니가 007의 술로서 더욱 눈에 띄는데, 원래 마티니는 저어서 마시는 칵테일이지만 제임스 본드는 바텐더에게 보드카 마티니를 얼음을 넣어 젓지 말고 흔들라고 특이하게 주문한다. 그리고 제임스 본드의 처음이자 마지막 사랑인 베스퍼 린드의 이름을 따서 ‘베스퍼 마티니’라 이름 짓는다. 남성의 야성을 깨운다는 다소 독한 칵테일, 보드카 마티니가 사랑을 맹세하는 로맨틱 칵테일로 재탄생하는 순간이다. 이번 밸런타인데이 때에는 당신도 사랑을 맹세하고 이 보드카 마티니 칵테일에 자신의 애인 이름을 새기며 마신다면 그녀의 007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스타일뿐만 아니라 성격까지도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새롭게 변화된 007을 살펴봤다. 왜 제임스 본드는 수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여러 가지 가치를 버리고 새롭게 재창조됐어야만 할까? 그것은 바로 우리 남자들이 변화해야 할 때를 스스로 인식하고 또 인정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마초적이고, 항상 완벽해야만 하는 남성으로서의 구시대적인 강박관념을 버리고 이제 훨씬 더 자연스러워지고 몇 배 더 건강해진 새로운 슈퍼 007을 통해 지킬 것은 계속 지키는 클래식함과 버릴 것은 과감히 버릴 줄 아는 세련됨을 배우자.

황의건·(주)오피스에이치 대표이사 h@office-h.com

1994년 호주 매커리대 졸업. 95~96년 닥터마틴·스톰 마케팅. 2001년 홍보대행사 오피스에이치 설립. 각종 패션지 지큐·앙앙·바자 등에 칼럼 기고. 저서에 샴페인 에세이 〈250,000,000버블 by 샴페인맨〉이 있음

[CEO멋내기Fashion&Beauty]옷 잘입는 남자가 성공한다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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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Horacio Brakus J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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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Horacio Brakus JD

Birthday: 1999-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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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duction: My name is Horacio Brakus JD, I am a lively, splendid, jolly, vivacious, vast, cheerful, agreeable person who loves writing and wants to share my knowledge and understanding with you.